연좌제 아니다
8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김철회씨의 연좌제에 관한 글을 읽고 적는다. 우리 민족이 과거 청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해방 후에는 반민특위가 결성되어 반민족적인 친일분자를 처벌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들을 안고 “새 국가 건설을 위한 많은 과제가 놓여진 마당에 구태여 편가르기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핑계로, 정권 유지책으로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
그 후 뿌리 자체가 더러운 이승만 부패 정권은 결국 민중 혁명으로 무너지고 우여곡절 끝에 일본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 장군이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 또 다시 친일 분자들에 대한 조사는 반공의 이름 하에 사라졌다. 친일 세력과 그 추종자들은 새 국가 건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또는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이유로, 혹은 반공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에 분열을 초래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과거사 규명자체를 죄악시 해 온 결과 해방후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과거사 규명은 시작도 못하고 지금은 오히려 이제 와서 무슨 쓸데없는 논쟁을 하느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철회씨는 신기남씨나 이미경 의원의 사례를 들며 그들은 공개적인 사과를 할 이유도 없으며 우리들 스스로가 조상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리들 중 수치스러운 조상을 가지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오라는 막말을 하는데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을 정도다 (그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면 그들이 거짓말을 한 탓이지 연좌제로 처벌을 받은 것은 아니다).
과거사를 규명해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정의로운 민족정기를 세우는데 있다. 일본이나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한 가운데서 생존의 위협을 항상 당하고 있는 한민족은 민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애국자는 그에 따른 영광과 명예를 받아야 하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외세에 빌붙어 제 민족을 깔보고 학대한 자들은 그에 대한 처벌을 해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민족이 되지 않겠는가.
이스라엘은 반 나치 전법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점령에서 벗어난 프랑스 인들의 친 독일 프랑스 인에 대한 처벌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이미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 우리는 그들처럼 민족의 반역자들을 직접 처벌하는 시기는 놓친 듯 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과연 일제 시대에 우리들의 조상들은 각자 어떻게 행동하였는지를 그대로 밝혀야 후대에 국가가 어려울 때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하나의 기준이 되지 않겠는가.
과거사 규명이 되지 않는 한 과거 헌병 출신의 아버지를 둔 여당의 대표자가 과거사 청산의 목소리를 높이는 희극적인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친일분자이면서 반공운동의 선봉대에 선 덕에 남보다 쉽게 출세한 자들이 왜곡되게 만들어 놓은 잘못된 과거사를 정상적으로 밝혀 놓아 더 이상 민족을 우롱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오병한/재정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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