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교 (의사·리치몬드, VA)
녹슨 철책이 비좁은 다리의 찻길을 지키려고 세월이 다 가도록 버티고 있다.
아래로 흘러가는 녹색의 강물은 지난날의 역사를 간직한 채 바쁘게 서쪽으로 흘러간다. 저 멀지 않은 곳에 수많은 아치 모양의 버팀목이 강을 가로지르는 하얀 철길을 만들고 아주 가끔씩 수십 량의 꼬리를 단 기차가 이 철길로 노폭을 향해 간다.
더 하류에는 4층의 교각들이 동서남북으로 갈라져 갈 길을 바쁘게 하고, 그 아래 남북전쟁 때 워싱턴으로 가는 직행 운하를 만든다던 켄널이 지금은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여기는 도시 한복판에서 멀지 않은 가장 지대가 낮은 곳이어서 적은 비에도 물난리가 나는 곳이다.
이 도시에 자랑할 만한 맛, 음악, 춤이 어우러지는 샤코 바텀 이라는 낭만의 거리는 그림 그리는 사람, 나들이 나온 사람들, 연초업자들이 거리를 누비고, 옛 마차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섰을 길은 고색창연 하게 돌을 박아놓은 제 모습을 아직도 지니고 있다.
지옥 같던 수련의 시절에 동료들에게 떠밀려서 처음으로 가봤던 이 보헤미안의 거리와 카페들은 아니나 다를까 한 사람의 서러운 날을 감쪽같이 바꾸어줄 능력이 있어서 지금도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웬만해서는 가볼 기회가 없던 이 곳에 이번 여름은 혹독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는 온통 도심의 물을 이곳으로 몰고 왔다. 일하다가, 식사하다가 광폭하게 덮치는 급물살은 금새 샤코 바텀의 거리를 삼켰다. 타바코의 향기, 남부의 맛과 춤, 옷을 잘 차려입고 나설 거리가 온데 간데 없어졌지만 무엇보다 슬픈 이야기가 전해온다.
월남에서 이민 와 갓 대학을 마치고 일을 시작한 젊은 여성이 차가 물에 떠밀려 가면서 자기 어머니에게 전화로 연결되어 그녀가 물에 잠겨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어머니와 통화를 한 것이다. 이는 마치 에베레스트 등산 중 동사하면서 자기 아내와 통화하는 애처로웠던 사건을 기억나게 한다.
제임스 강은 이런 애환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비 구비 흘러간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사람들은 강둑을 더욱 높이 쌓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었는지 까맣게 잊게 될 것이다. 역사는 강물 저 속 깊이 뒹굴고 있는 조약돌처럼 감춰지고 말 것이다.
제임스 강이여, 누구를 위해서 흘러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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