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고 쉬운 수채화 같다”
‘원초적 시인의 얼굴 하얀 꽃’ 이세방(시인, 사진작가)
‘GLACIER LILY’. 이 책은 20년 동안 알아온 시인 김정미씨가 최근 내놓은 영문시집이다. 시인은 한인 1세이다. 그러나 그네는 한글로 글을 쓰기 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다. 시인이 얼마나 한국어와 영어에 큰 간격을 두었나 하는 증거로 자신의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무척 두려워 하는 것을 봐도 알 수가 있다.
‘GLACIER LILY’를 그대로 직역하여 ‘빙하의 백합’이라고 할 정도니 시인은 시 창작의 경우 영어가 한국어 보다 훨씬 편한 사람이다. ‘GLACIER LILY’를 나는 서슴없이 의역한다. ‘원초적 시인의 얼굴 하얀 꽃’이라고.
시인의 시를 읽을 때 마다 느끼게 되는 몇 가지 특징들을 들어보자. 그녀의 시어는 구질구질 하거나 지겹지 않다. 그네는 시어를 간단 명료하게 구사한다. 내용에 있어서도 ‘나’에 관한 것들이지만 이 ‘나’는 그 누구에게나 적용 될 수 있는 인간의 고뇌를 담고 있다.
시인을 상징하는 표지의 캐리커처가 말하듯 그네는 절대로 늙지 않으며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시치미 떼는듯한 미소를 지닌 소녀 같은 여자 아니 원초적으로 홀로 선 하얀 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네의 시어들을 대할 때 독자들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한글로 시를 쓰지 않았는데도 그네의 시들은 여전히 한국 여인의 정서에 바탕을 두고 거기서 물레를 돌려 비단을 짠다.
‘The Color of My Dress’가 지니는 한국 전쟁의 비극적 체험이나 ‘Mother/Daughter Dialogue’등등은 우리네만이 갖고 있는 비극적 정서다.
그네의 시들은 그림으로 치자면 대형 유화라기 보다 부담 없고 쉬운 수채화다. 그네의 시들은 음악으로 치자면 웅장한 심포니가 아니라 현의 음악이거나 피리의 음악이다. 그리고 ‘On the Freeway’와 같이 그네의 시들은 생활 주변에서 저절로 피어 난다.
차를 타고 가면서 고속도로변에 피어난 들꽃을 보고는 문득 이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생각을 하게 되는 그 아름다운 한국여인의 정서라든가 ‘One Rock, One Pebble, One Moment’에서 보여주는 의연한 현자적 태도는 서양 여인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지극히 불교적 정서다.
그런가 하면 ‘The Fog Horn’같은 작품을 읽을 때는 마치 러브 스토리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