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난자 냉동해 볼까”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직장에서도 성공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늦어진 출산연령 때문에 불임의 고통을 겪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인공수정 클리닉에서 일하는 그레이스 드레이크(35)는 직업상 매일 그렇게 아기를 갖고 싶은데도 갖지 못하는 30, 40대 여성들을 만나다보니 언젠가 바람직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자신의 희망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했다. 자신의 난자를 냉동보관 시킨 것이다. “가정을 갖는 날까지 더 많은 시간을 벌기 위해 보험을 들고 안심하는 기분이예요”
뉴욕의 RMA 인공수정 클리닉에서 난자가 저장되고 있다.
최근 40세 미만 여성들에게도 난자 냉동 서비스를 시작한 뉴욕의 RMA 인공수정 클리닉의 난자 냉동 저장 용기.
“가정 가질 때까지 더 많은 시간 벌기위해”
불임 아닌 일반여성들도 최근 관심 ‘부쩍’
정자보다 훨씬 연약… 성공률은 20%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연구 목적이나 어린 나이에 불임이 될지도 모르는 병을 앓거나 방사선 요법을 받아야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만 허락됐던 난자 냉동, 다시 말해 ‘난모세포 냉동보존’이 일반 여성에게도 가능해졌다. 34세의 하바드 MBA 크리스티 존스가 지난 6월 LA에 문을 열고 곧 이어 샌프란시스코, 댈라스, 뉴욕으로 발빠르게 확장시킨 ‘익스텐드 퍼틸리티(Extend Fertility)’라는 회사가 나이 제한없이 건강한 난자를 가진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은 존스와 드레이크를 포함, 단 3명이 난자를 맡겨두고 있을 뿐이지만 곧 그렇게 하겠다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주로 일하느라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는 대도시 거주 여성들이다.
남성들은 정자를 저장한지가 수십년이 됐다. 시험관 수정을 하는 부부들도 앞으로 또 임신을 시도할 경우에 대비해서 수정란을 냉동시킨다. 그에 비하면 난자 냉동은 매우 드문데 이유는 비교적 냉동하기 쉬운 정자나 수정란에 비해 난자는 훨씬 연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난세포에는 수분이 많아 자칫 얼음 결정이라도 생기면 그 구조가 손상된다.
미국 최초로 냉동된 난자를 이용하여 아기를 출신시킨 아틀랜타의 조지아 생식전문 클리닉 학술담당 디렉터인 마이클 터커 박사는 “냉동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나중에 녹여 수정시켜 아기가 나오게 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냉동 난자를 이용한 임신성공률은 20% 정도라는 연구 보고가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주 적은 숫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고 기술 자체가 아직 초보단계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냉동 난자를 이용해 출생한 아기는 100명 정도고 그 대부분은 이 기술이 1994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그러므로 난자를 얼렸다 녹여도 전혀 염색체에 손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고, 결과가 얼마나 좋을지를 뒷받침해줄 자료도 없는 상태라며 이 기술의 상업화 추세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곧 난자 냉동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인 미국생식의학회는 최근 “현재로서는 난모세포 냉동보존이 생식 연령 지연수단으로 판매 또는 제공되어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난자를 냉동시키려면 시험관 임신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한달쯤 호르몬 주사를 맞아 배란을 촉진시키는데 보통 이 약을 다 맞고나면 12~15개의 난자를 주사로 추출할 수 있다. 이 난자들을 탈수시키며 얼리는 기술을 이용해야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고 안전하게 냉동 보존할 수 있다.
이 모든 기술을 이용하는데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익스텐드 클리닉은 난자 추출과정에 1만달러, 이후 보존비로 월 40달러, 배란촉진 약값으로 3,000~4,000달러를 더 청구한다. 상당히 비싸지만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갖기 위해 인공수정이나, 기증받은 난자를 사용하거나, 입양을 하는데도 모두 많은 돈이 든다.
익스텐드 퍼틸리티의 웹사이트는 연령과 수정능력 하락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링크를 제공한다. 미국생식의학회에 따르면 임신율이 갑자기 하락하기 시작하는35세 이후에야 아기를 갖는 여성의 비율은 20% 정도다. 30세가 되면 다달이 임신할 가능성은 20% 정도 밖에 안되지만 유산 위험성도 12%에 불과하다. 그러나 40세가 되면 월 임신 가능성은 5%로 떨어지는데 유산 위험성 또한 34%로 올라간다. 35세 이후 임신률이 이처럼 급격 하락하는 것은 난자에 염색체 이상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이 나이들어 가면서 난자의 질은 급격 하락하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을 능력은 그렇게 하락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젊은 여성이 기증한 난자를 이용할 경우 50세까지도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익스텐드 퍼틸리티의 경우 환자들에게 모든 위험 가능성과 임신 가능성에 관해 숙지시키지만 아직 실험단계인 기술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의 윤리성에 관해 염려하는 의사들도 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난자의 냉동을 임신 보험처럼 생각하는 독신 여성들에게 그런 걱정들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 아이들은 갖고 싶기 때문에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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