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제보로 출발한 노비타 압력밥솥 취재는 초기부터 문제 상품 판매 소매점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어려움에 부딪쳤었다.
제보에는 과장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조리 중에 터진 밥솥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는 기자의 전화 문의에 처음에는 흔쾌히 승낙했던 타운의 한인업소는 전화통화 5분 뒤 도착한 기자에게 “공급처에서 이미 밥솥을 회수해 간 줄 몰랐다”며 “보여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급처에 연락을 취했으나 노비타 아메리카 측은 “회사 내부조사가 종료된 뒤 통보하겠다”며 “문제 상품의 상태를 즉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LA에서 발생한 문제 밥솥이 지난 2001년6월 노비타 제품의 한국 판매사인 삼성전자가 자진 리콜 했던 동일 품목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힘들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했다.
미주 수출용 압력밥솥과 한국 내수용 압력밥솥이 같은 제품인지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를 문의하는 전화를 받는 제작사 노비타 직원마다 “소관이 아니다”며 책임을 떠넘겼고, 힘들게 연결된 담당자는 “미국 일은 미국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사오정 같은 소리만 되풀이했다.
취재 시작 수일 후 노비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삼성전자 홍보실 직원은 “한국 판매용과 동일한 제품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미주 판매용인 HJ-A3000 계열 역시 리콜 대상이다”고 밝혔지만 리콜 대상인 제품이 수년동안 판매된 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완강하게 버티던 업체가 갑작스럽게 자세를 바꾼 것은 연방소비자보호국이 이런 실정을 전해 듣고 실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온 밝히면서부터다.
미주 총판은 자진해 한인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내고, 제작사 측은 기술 담당 책임자를 미국에 보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노비타 아메리카 측은 “그동안 문제가 있을 때마다 애프터서비스를 해 왔다”며 문제의 조기 포착 사실을 시인한 뒤 “소비자들의 불안을 즉시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기도 했다.
압력밥솥 사건을 취재하면서 연방 소비자보호국이 개입을 시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결되었을까하는 의문을 줄 곳 뇌리에서 떨치지 못했다. 또 문제가 발생할 때 쉬쉬하며 하자가 생긴 제품만 회수해 고쳐오는 우리네 관습이 소비자의 천국인 미국에서 계속되어 오고 있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김 경 원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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