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순
워싱턴 일원의 한글 학교들이 개강을 하였다. 이민 1.5, 2, 3세들이 모국의 말과 글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한글 학교이다 보니 한글 학교의 중요성과 함께 가르치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손자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볼 때 글은 몰라도 우리 말 만큼은 가정에서의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한창 말을 배우는 세 살 된 손자 앞에서 남편에게 “여보” 하고 부르니 손자가 할아버지한테 “여보” 한다. 딸아이 이름을 부르면 따라서 이름을 부를까봐 “이모야” 하니 조카가 이모한테 “이모야” 한다. 마치 말 따라 배우는 앵무새 같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손자에게 존대말을 가르치고 손자가 부르면 “네” 하고 대답하니 누가 저를 불러도 “네” 하고 대답하는 게 여간 신통하지가 않다. 이렇듯 가정에서의 가르침, 특히 윗사람에게 하는 존댓말은 조금 힘이 들더라고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는 분이 한 삼 년 가까이 사위와 함께 살았는데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민 온 사위의 윗사람에 대한 언어 예절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만 못해 심한 마음 고생을 하였다고 한다.
사위와 함께 산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한국에 주식을 조금 갖고 있어 주식 시황도 보고 매매도 하느라 한국 시간에 맞춰 저녁마다 2~30분씩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하루는 사위가 “장모님, 주식 좀 작작 하세요” 하더란다. 하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잠시 할말을 잃고 겨우 한다는 말이 “지금 그 말 누구에게 써야 하는 건지 자네 집사람에게 물어보게“ 해놓고는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불쾌해 진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나갈 때는 “가요”, 들어와서는 “왔슈”, 싫다는 대답은 “됐슈” 란다. 심지어는 장인에게도 “먹어 보실래요?” “줘요?” “갈 거예요?” 등 뒤에 요 자만 붙이면 존대일 줄 아는 사위로 인해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도 어렵다는 우리말. 밥 먹자는 말 한마디에도 하대에서 존칭까지 너 댓 가지의 말이 있으니 상대방에 맞춰 적절히 쓰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옛 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으니, 위 사람에게 반말을 하여 욕을 먹는 일은 있어도, 아랫사람에게 존대를 하여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일은 없을테니, 하기 어려운 우리말 기왕 가르치는 거 존대말을 가르치고, 기왕 하는 말 존대를 하면 서로 낯 붉히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바쁜 이민 생활 속에 자녀들하고 대화 나눌 시간도 많지 않겠지만 틈틈이 자녀에게 윗사람에 대한 예절과 바른 말을 가르친다면 자녀로 인해 부모님께 많은 칭찬이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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