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난 미국 태생 한인 시민권자가 군대에 가게 됐다. 한국 행정법원이 시민권자인 자신에게 징집 영장을 발부했다며 그 취소를 요구한 원고측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법원은 미 시민권자라고 자동으로 병역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온 가족이 살며 영주권을 얻은 경우에만 혜택이 주어진다며 원고와 같이 미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한국에서 생활한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병역법에 따르면 미국 등 국외 출생 또는 6세 이전 출국자로서 국외에 18세까지 계속 거주하고 부모 및 본인이 외국 정부로부터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얻은 자는 재외국민 2세로 정의해 병역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에 거주하며 영리활동을 하거나 당사자가 법규정 이외의 사유로 1년 이상 체재하며 영리활동을 할 경우에는 35세까지 징집대상이 된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소위 ‘원정 출산’으로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아이가 시민권자임을 내세워 한국에 살면서 병역면제 혜택을 누리려는 일부 계층을 겨냥한 것으로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시민권자 아들을 둔 한인 가정에서는 이번 판결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권자 병역 면제의 구체적 요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면제 여부를 법원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 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 한쪽이 한국에 살고 있을 때 시민권자 아들이 마음놓고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것인지, 방문기간에 영어 강사 등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시민권자 부자가 함께 한국 대기업에 스카웃 됐을 때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분명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법원이 미 시민권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정 출산’을 악용한 병역기피는 막아야겠지만 일부 탈법행위를 단속하려다 선의의 다수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 법원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시민권자를 군대로 보내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시민권자 아들을 둔 부모는 한국에 마음놓고 이들을 내보낼 수 없을 것이고 재능 있는 한인 2세들이 한국을 찾는 것을 막게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의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오가는 것을 막는 것은 세계화 추세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한국의 국익에도 반한다. 한국의 법원과 행정기관은 어떤 경우 시민권자가 병역의무를 지게 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병역법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이익이 되는 것인지 깊은 사려가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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