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이를 왜 ‘미녀골퍼’라고 써? 이 기자는 정말 예쁜 여자를 못 봤나본데…”
7년째 스포츠 기사를 쓰면서 받아본 독자 항의 중에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그 당시에는 “나는 어디가도 미녀라고 다들 인정하니 만나서 보여주겠다”는 그 여성 독자의 오퍼를 일주일 넘도록 사양하느라 진땀을 뺏지만.
월드시리즈 3차전이 벌어진 26일. LA 다운타운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자칭 ‘보스턴 레드삭스 광팬‘ 이모씨로부터 “작정을 하고 (보스턴) 레드삭스를 깎아 내리는 기사에 신물이 난다. 편파적인 기사 좀 그만 쓰라”는 이메일 항의를 받고 나니 그 동안 욕을 먹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이모씨는 그 이메일 끝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사를 그렇게 쓰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스포츠 신문시장이 한국처럼 경쟁이 심하지도 않고 또 한국처럼 인터넷 기사 밑에다가 꼬리말을 달 수 있는 기능도 없으니 저 같은 비판적인 독자의 의견은 제대로 들어 본적도 없으셨겠지요”라고 썼는데 천만의 말씀. 보통 욕부터 하기에 이 정도 비판은 ‘웰컴’이다.
박찬호 등 한국선수들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를 쓰면 “한국선수라고 너무 과대 포장한다”는 비난이 따른다. 반면 “박찬호가 강타선을 만나 혼쭐났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다가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왜 기를 죽이느냐” 독자 할아버지한테 되레 기자가 혼쭐났던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 여자골퍼는 귀한 우승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자꾸 준우승에 그치는 문제를 “또 들러리를 선데 만족해야했다”고 표현했더니 “당신은 골프채도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 같은데 LPGA투어에서 준우승을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데 그따위로 기사를 쓰느냐”는 이메일이 당장 날아왔다.
미국 신문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훨씬 적나라하게 선수들을 비난하는데 “미국 신문에서 이렇게 쓰면 모가지”라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고, LA 레이커스 기사 때문에 새크라멘토와 유타에 사는 독자들의 노여움을 산 적도 있다. “한국일보가 중심을 잃고 LA 팀을 응원한다”는 비난이었는데 이는 국장의 해명을 요구한 결과 “한국일보 미주본사에서 만드는 신문은 LA 로컬 신문으로 LA 타임스와 마찬가지로 LA팀 위주로 기사를 쓰는 것이 옳다”는 판정이 떨어졌다. 타주 지사에서 규모가 작은 이유로 미주본사 기사를 받아 쓸 때가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라고 했다.
어차피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스포츠가 더 재미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기를 취재하는 기자는 마감시간에 시달리느라 이런 저런 생각할 틈이 없다. 특히 올해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같이 5시간 이상의 마라톤이 연속될 때는 거의 경기 종료와 동시에 기사가 완성돼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다. 관심은 고맙지만 편파적인 생각은 할 여유조차 없는게 사실이다.
이 규 태
<특집 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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