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 경제 섹션 3면에 ‘24세븐 자판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영일씨의 기사가 나간 뒤 본보 경제부 전화는 거의 마비됐다. 64세에 큰 힘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자판기 20개에서 쏠쏠한 수입을 올리는 김씨의 얘기에 많은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서다.
이번 뿐만 아니다. 한인타운에 희귀한 옛날 화폐와 우표를 사고 파는 ‘로데오 스탬프 & 코인스’ 소개 기사가 나간 7월에도 마찬가지였다. 1943년산 구리 페니 한 개가 50만달러라는 기사의 한 대목을 읽고 “나도 같은 해에 제조된 1센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50만달러를 받을 수 있겠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이런 일도 있었다.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00만달러에 낙찰된 1903년산 니클 동전 사진이 신문에 게재되자 독자 몇 분이 연락을 해왔다. “나도 1903년산 5센트 동전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경매를 신청할 수 있냐”부터 “소더비 경매장에 가고 싶은데 주소가 어떻게 되냐”까지 다양한 질문이 경제부에 밀려들었다.
독자들의 이런 열띤 반응을 심리학에서는 ‘동일시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동일시란 개인이 자신이 모델로 삼은 다른 사람과 유사하다고 믿도록 이끄는 과정을 뜻한다.
동일시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모델이 한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따라하며 감정까지 이입한다.
독자들이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김영일씨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와 유사해지고 싶다는 것을 말한다. 문의를 한 독자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 분들도 김영일씨처럼 큰 힘과 돈을 들이지 않고도 돈을 버는 감정까지 따르려는 꿈이 있는 것이다.
한인들의 그 꿈을 왜 모르랴. 성공을 위해 이민 온 한인들이 가지고 있는 ‘부에 대한 목마름’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것도 있다. 기사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성공 스토리 주인공들의 ‘눈물과 땀’이다. 1943년산 구리 페니와 1903년산 니클 동전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낼 때까지 필요했던 시간과 노력이 얼마였는지도 짧은 기사에 다 담기가 힘들다.
‘10년 안에 10억 모으기’라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돈을 버는 방법을 공부하는 곳이다.
부동산 경매를 통해 10년만에 수십억원의 재산을 모아 신화가 된 네티즌이 이 카페에 남긴 말이다. “첫 8년간 저는 경매와 관한 공부만 했습니다. 그런 뒤 지식을 바탕으로 실전에 뛰어들었고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부는 단숨에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많이 공부하세요.”
김 호 성<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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