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형님이 다 버리셨나 보다.
나이든 시누이 위독하다 하여 부랴부랴 속옷 챙겨 떠난 남편의 고국 나들이.
오래 전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흰 앞치마 한복 위에 질끈 동여맨 단아했던 한국의 여인. 연탄과 석유 곤로에 밥해서 한 상 가득 차려주고 괜스레 홍당무 얼굴 하시고 부엌으로 사라진 우리의 맏동서 형님.
“2주일 동안 양말 속옷 넣었으니 비닐봉투에 꼭꼭 넣어 갖고 오면 내가 세탁 할께”가 통하지 않고, 형님은 남편의 작은 짐 가방을 매만지신 것이다. 그리고는 조용히 시장에 가셔서 세계 제일이라는 한국의 러닝셔츠, 박스 팬티를 차곡차곡 사서 넣으시고는 “동서, 고생 많지. 이민생활 바쁜 것 알아. 아무 것도 오해하지 말고 건강해야 해.” 전화 속의 겸손한 음성의 의미가 남편의 가방을 열어보고 ‘왈칵’ 눈물이 났다.
어제나 오늘이나 낮선 미국 땅에서 삶의 건강한 씨를 뿌리는 우리들을 이해하고 오래 전부터 모든 것이 서툰 동서들을 이해하며 모든 일을 혼자 감싸안으셨던 형님. 코끝 얼얼하면서 부끄럽고 공연히 죄스러웠다. 형님도 지금쯤 두근두근하고 계실 것이다.
밤이 되면 그곳은 아침이니 전화해야지.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여행 오세요. 형님 좋아하시는 바다 구경, 두릅나무 구경 시켜드릴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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