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란 시절은 속절없이 밀려나고, 나무를 휘감고 있는 초록의 색조가 형형색색으로 자리하는 지금은 가을이다. 이제 나무의 잎사귀는 실낱같은 충동으로도 힘을 잃고 날려야 하는 시간이다.
언제나 우러르는 하늘에 흐르는 초침이 보인다. 움직이는 세월이 하늘에게서 느껴지는 때는 가을뿐인 듯 하다.
어느 시인은 가을이 노랗게 병들었다고 슬피 노래한다. 아니, 가을은 붉어진 뺨을 내보이며 웃는 것을 못 느꼈나 보다. 어찌 보면 완전한 성숙을 보이는 빛깔일 지도 모른다.
이렇듯 점차로 화사함을 보이는 가을을 가슴 가득히 느끼다 보니 사랑하는 계절이 가을임을 고백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빼앗긴 허허로운 겨울보다는 풍성하지 않은가 말이다.
잃어진 초록빛이 화사하게 변해 우리가 지내는 이곳이 아름다운 세상임을 깨달을 수 있음은 귀한 앎이다. 며칠 푸르고 맑은 하늘이 자리하더니 오늘은 흐렸다. 이미 붉어진 잎사귀, 퇴색된 이파리, 그리고 아직은 푸르른 잎 모두의 배경에 잿빛이 자리하니까 각 색조가 돋보인다.
우리는 사노라면 늘 좋은 일과 함께 밝은 마음을 원한다. 하지만 왠지 모를 감상 탓으로 끈끈함에 빠지면 회색 하늘이 뿌려주는 빗방울에게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 온갖 것에게서 도움을 얻어 쥘 수 있는 우리.
하늘의 빛깔이 어떠했던지 간에 지금의 하늘은 까만 잉크를 엎어놓은 검정 빛깔이다. 더불어 가을의 정취도 사그라들었다.
오늘까지의 가을은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조금은 힘겹다. 그냥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해서 추측할 뿐이다. 우리가 쉬지 않고 호흡을 함으로 해서 삶을, 인생을 계속 이어가듯, 가을의 계절도 이 모양 저런 빛깔을 내보이며 자기를 완성시키고 있다. 온갖 것을 빼앗길 계절이 모든 것을 사그라뜨림을 상관치 않고 단지 현 순간에 충실할 뿐인 것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가을 하늘 못지 않게 이 곳의 가을 하늘도 해맑다. 가을에 더욱 나무들의 푸른, 혹은 붉어진 모습이 눈에 잘 띄는 것은 공기가 맑아진 때문이라고 결론을 지였다. 서늘해진 공기가 눅눅함을 날려보냈으니까.
꽃 피는 봄도 좋고, 강렬한 태양에 싱그러운 젊음이 자랑스러운 여름도 좋고, 특히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이 가을은 더욱 좋다. 눈을 기대하는 겨울을 앞당기니까 더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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