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너무도 황당하고 무차별적인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치욕적이고 모멸적인 글이어서 가슴이 참 많이 아팠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가 없다 하더라도 글은 기록이다. 즉 말이란 간혹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올 때도 있고 또 실언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말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한 것이다. 그러나 글은 다르다. 하나의 글자라도 생각이 없으면 기록될 수가 없는 까닭이다. 나 역시 글을 사랑하고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깊이 생각할 일이다.
얼마 전 한국일보에서 읽은 워싱턴 시인을 싸잡아 나무란 ‘...드리는 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함정에 자신이 빠진 격이다. 저질스럽고 역겨운 글에 대해 변호하고 싶은 생각 없다. 그렇다고 한국의 현 정권을 추앙할 생각도 결코 없다. 문제는 잘못의 범위다. 지극히 극소수의 글 몇 편을 가지고 ‘워싱턴 일원의 유명한 시인 여러분’도 모자라 이미 고인이 되셨고 또 많은 한국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미당 선생까지 거론하며 자신의 마땅함을 주장하는 것 같아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잘못을 따질 때는 그 상황에 맞는 것만을 가지고 책망하여야 듣는 이도 빨리 잘못을 시인하고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먼 곳까지 올라가자면 이 세상에서 비난을 피할 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침묵은 아무 곳에나 붙이는 단어가 아니다. 더욱이 ‘차라리 침묵은 절반’이라니. 당시에는 시인도 아니며 글이 발표될 수도 없는 상황인데 무엇을 침묵하여 절반을 얻는다는 것인가. 그리고 본래의 뜻이 아닌 것에 다수를 볼모로 하는 ‘동포사회 절대다수인 노동자’ 주장은 제발 사라졌으면 한다.
글을 쓸 때에는 먼저 자신부터 성찰하는 모습이 좋을 것 같다. 글은 보이지 않는 창, 칼이다. 또 방패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힘이 있다는 증거다. 언어의 휘둘림에 피 흘리면 비틀거리는 지금의 내가 새삼스레 글의 무서움을 알게된 까닭이다.
글은 기록이다. 이 말이 내가 꼭 하고 싶은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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