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유미<변호사>
한국인의 성격을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냄비근성”이다.
좋은 뜻은 아닌 듯 싶다. 쉽게 달아오르고 또 빨리 식어 버린다는 의미 일 것이다. 변호사란 직업 속에서 이런 모습을 거의 매일 접한다.
이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경우가 비즈니스 딜- 즉 가게매매다.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연락이 온다. “오늘 꼭 이 가게를 계약해야 된다. 해 줄 수 있느냐” “내일까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딴 사람에게 판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느냐” “난 이 분야에 경험이 풍부하니
까 다른 것 확인할 필요 없이 법적으로 매입만 하게 해달라” 1주일에 최소한 두 세 번씩은 비슷한 요구를 받는다.
이런 연락을 받으면 일단 걱정이 앞선다. “이거 보나마나 얼마 후에는 또 말썽이 생길텐데...., 왜 이리 서두르기만 할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한다. 십중팔구 “역시나...”로 결론이 난다.
어떻게 수십만 달러 상당의 거래를 하면서 이렇게 앞뒤를 차분히 생각하지 않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꼭, 빨리, 당장, 반듯이...”등의 표현이 앞선 경우, 대부분 “꼭, 얼마 안돼, 반듯이”문제를 야기시킨다.
냉정한 이성보다는 성급한 감정이 앞서 있었다는 말이다. 비즈니스 거래란 기분에만 좌우될 수는 없다.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다. 또 많은 이들에게는 자신의 거의 전 재산이 걸린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절차, 매상확인, 임대조건의 조정, 그리고 기타 점검사항은 뒤로 미룬 채 “일단 사고 보자”란 어이없는 결정만이 앞선
다.
사실 계약서에 쌍방이 서명한 이후에는 그 계약서의 사소한 내용조차 임의로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계약이전에 따질 것은 시간이 걸리고 귀찮더라도 정확히 따지고 넘어가야만 된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 적게 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길이다.
비즈니스 딜에 있어서는 “냄비” 보다는 “뚝배기” 스타일이 더 좋은 것 같다. 한인들 대부분이 평소 뚝배기 음식도 좋아한다. 차분히 생각하고 침착하게 결정한다면 쉽게 후회할 일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은은히 뜨거워지고 달아오르는 열기가 오래가는 “뚝배기 근
성”이 비즈니스 딜에 필요한 자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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