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엊그제 양국 각료회담 참석을 위해 멕시코로 갔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그가 멕시코를 향하며 부시 행정부의 이민 개혁 의지에 대해 한 말이다.
파월 장관은 집권 2기를 맞는 부시 대통령이 자신이 제안했던 이민 개혁안의 실현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올초 나왔던 대통령의 이민 개혁안이 선거 때문에 뒷전으로 미뤄졌던 점을 인정하고, 대선이 끝난 이제 의회에서 개혁안 추진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지난 1월초 부시 대통령이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 신설을 골자로 하는 이민 개혁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을 때 이것이 히스패닉계 커뮤니티를 겨냥한 선거용 정책일 뿐일 거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민자 커뮤니티내에서 부시 행정부의 진정한 이민 개혁 의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진 것은 각각 광범위한 이민자 커뮤니티와 재계 등의 지지를 받고 있던 초당적 이민 개혁법안인 ‘드림법안’과 ‘농장 노동자 법안’(AgJobs)이 백악관의 개입으로 연방상원에서 표결 기회가 무산된 뒤였다.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반이민 성향의 지지표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취한 조치라는 것이 쉽게 짐작되는 일이었다.
결국 대선을 앞두고 이들 중요한 이민 개혁법안들은 실현이 좌절되거나 미뤄졌고,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올초 대통령의 이민 개혁안 추진 발표가 이번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에 실제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히스패닉 지지표 증가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미국으로 건너와 일하고 있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달러 규모가 연간 140억에 이른다고 한다. 이민자들의 송금이 원유에 이어 멕시코의 두 번째로 큰 외화 수입원인 실정이라는데, 멕시코 집권층으로서도 자국 출신 이민자 문제 해결을 미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우선 순위로 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빈센테 팍스 멕시코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재선 축하 통화에서 ‘내년에는 양국에 모두 선거가 없는 만큼 이민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임을 강조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이민법 개혁 문제가 불합리한 이민 시스템 고치기라는 핵심에서 비켜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재단되는 상황이 내년이라고 해서 달라지기는 힘들 것이다.
부시 집권 2기 연방정부의 이민 개혁 의지는 이민 커뮤니티에서 그 개혁 내용의 미흡함을 지적하고 있는 대통령의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 보다는 오히려 드림법안과 같은 다른 개혁법안의 실현 여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김 종 하
<사회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