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선두 금융기관인 한미은행의 유재환 행장이 최근 이사회에 의해 전격적인 경질 통보를 받았다. 큰 덩치에 걸맞지 않는 주먹구구식 경영을 일삼는 타운 은행의 행태를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은행 경영에 전력투구했기에 내심 연임도 기대했었다는 그는 결국 3년 임기를 절반밖에 못 채우고 본인 뜻과 관계없이 물러나게 됐다. 취임시 세웠던 목표를 다 달성한 뒤 후계자를 키우고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었던 한 금융인의 꿈이 ‘무소불위’의 권력이란 서슬 퍼런 칼을 휘두르는 이사회에 의해 일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명망 있는 경제학자 영입을 명목으로 한 유 행장의 교체는 이사회와의 갈등이 바탕에 깔려 있는 데다 한미는 이미 3차례나 같은 이유로 행장이 중도 하차한 전력이 있어 더욱 볼썽사납다.
케이스는 다르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은 퇴장은 또 있다. 가주식품상협회 한종섭 회장이 얼마 전 물러났다. 가게를 처분했기에 자격을 상실했다는 합당한 이유였다. 이사회는 차기 회장으로 뽑힌 상태인 박종태씨로 하여금 임기를 앞당겨 일하도록 결정했다.
문제는 공공단체로서 그토록 중요한 사안을 언론에조차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체 웹사이트에도 여전히 한종섭씨의 이름이 회장으로 올라 있다. 당연히 몇몇 이사들을 제외한 일반 회원들을 알 권리를 박탈당했다. 이는 자신들을 믿고 따라준 회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식품상협 총련과 싸움에 열중할 때 기자회견을 자청,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기 주장을 펴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봄을 노래한 시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이형기의 ‘낙화’(落花).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음의 거문고줄을 울리는 애절한 구절이다.
이제는 직무를 완수하고 자신의 때에 떳떳이,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풍토가 금융계에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떠밀려 나가는 초라한 퇴장이 줄을 잇는 한 한인 금융계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때가 되어 떠나는 사람도 그동안 자신을 신뢰해 준 동지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정리한 연후에 해야 한다. 당당한 뒷모습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남으려면.
한인사회에서 아름다운 퇴장이 보고 싶다.
김 장 섭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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