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란 항상 똑같을 수 없다.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친구사이에도 작은 이권 때문에 등을 돌리는 일이 생긴다.
어느 봉제공장에서의 일이다. 항상 문제의 발단은 라틴계 종업원들의 무성의한 실수이다.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일, 전문가라면 눈감고도 판단할 수 있는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곤 한다. 그렇게 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의류 몇백장이 잘못 된다.
그날 사태는 종업원이 라디오를 귀에 꽂고 거기에 도취되어 손돌아가는 대로 일을 하느라 다 된 옷 완성품에 라벨을 엉뚱한 곳에 붙여 놓아 시작되었다. 놀란 주인이 그만 멈추라고 소리쳐도 정신없이 미싱을 돌려댄다. 주인은 너무 화가 나서 라디오를 집어던져 부수고 또 사정없이 구타해 종업원의 얼굴과 목에 상처를 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잘못되면 일일이 다시 뜯어 붙여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또 납품 시일이 촉박하다보니 그 주인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것 같다. 납품기일에 맞춰 일을 하려면 분초를 다투며 바삐 돌아가야 하는데 그런 실수가 생기면 주인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감정폭발 때문에 그 일이 커다란 불씨가 되어버렸다. 법정 시비가 되어졌다. 옆에서 볼때 정말 안타깝다. 사소한 문제가 법정시비가 되었으니 말이다.
한인 업주들이 알아둘 것이 있다. 라틴계는 싸울 때 절대 덤벼들지 않는다. 욕먹을 때 욕먹고 얻어맞을 때는 더 때리게끔 약올리면서 더 얻어맞는다. 그리고 그 대가를 바란다. 절대로 같이 성내고 같이 덤벼들지 않는다. 옆에서 보는 그의 동족들도 말리지 않고 구경만 하면서 더 맞도록 보고 있다.
그들이 힘이 없고 바보라서 그러는 것이겠거니 하면 큰 오산이다. 문제를 더 크게 만들어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주인으로서 아무리 잘했고 종업원이 아무리 잘못했어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면 정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작은 일일수록 더 세심한 신경을 쓰고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겸손을 보여야 한다.
그 주인은 피해자인 종업원과 많이 친했었다. 옛날에 자기가 얼마나 잘해주었고, 멕시코에서 금방 왔을 때 살림차려 주고, 헌 옷장, 시계, 이불 등등 모두 주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소연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라틴계의 변호사들이 사무장을 풀어 그런 일을 찾아내고, 케이스가 있으면 악착같이 일을 추진 한다.
우리는 한인 이민 1세가 미국생활에 제대로 적응 못하고 고생을 많이 했어도 2세가 당당하게 잘 성장했다며 흐뭇해한다. 그들도 마찬가지이다. 라틴계 2세는 우리의 2세보다 더 알차게 잘 다져나가고 있다. 그들의 부모들이 정당한 대우를 못 받고 있기에 그들이 나서고 있다. 한인사회는 라틴계에게 좀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손온유/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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