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용암더미에‘물집’‘거시기’등 따분한 작명
St. Helens 자체도 영국 남작 이름에서 따온 것
세인트 헬렌스 산의 분화구에 새로 분출돼 쌓인 용암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놓고 지진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원래 과학자들은 논리적이고 직설적이어서 셰익스피어처럼 시적인 이름을 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수직상승(uplift)’‘물집(blister)’‘사마귀(wart)’‘귓불(lobe)’‘거시기(thing)’등 멋대가리 없는 이름들만 대두됐기 때문이다. 누군가가‘21세기 돔’이라는 이름을 제안하자 모두 박수갈채를 보냈을 정도였다.
St. 헬렌스라는 산 이름 자체도 별로 시적이지 못하다. 영국인 탐험가 조지 밴쿠버가 1792년 이 산을 처음 보고 친구 외교관인 St. 헬렌스 남작의 이름을 붙였다. 원래 인디언들이 지은 ‘로우왈라 클로우’(불의 산, 또는 연기 뿜는 산)가 훨씬 더 시적이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헬렌스 산이 1980년 폭발한 이후 줄곧 화산운동을 조사해온 지진학자들은 이 산의 수백 개 장소에 이름을 붙였다. 대개는 고상한 인명이나 사슴, 산양 등 그 산에 서식하는 동물 이름을 이용했지만‘교도소 바위’나‘순종 앵무새’같은 엉뚱한 것도 있고 커다란 바위에‘연방건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바로 옆의 지명을‘고집불통’‘배불뚝’이라고 짓는 기발한 면도 보였다.
화산 대폭발로 생긴 분화구에 지난 20여 년간 빙하가 형성됐다. 그를 위해 네 가지 이름이 추천됐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정신 빙하’‘툴룻선(인디언 말로 얼음이라는 뜻) 빙하’‘타마나와스(인도하는 영이라는 뜻) 빙하’및‘분화구 빙하’등이 추천된 이름들인데 역시 인디언들 쪽이 더 멋지다.
총 7명으로 구성된 워싱턴 주정부의 지질명명 위원회 위원인 그랜트 스미스는 지질학자들이 붙인 이름들이 멋대가리 없는 이유는 그들의 상상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질과 관련된 이름들은 비상사태 시 쉽게 인식될 수 있도록 실제적이고 직설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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