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 (WCKNC) 선거가 ‘한인 잔치’로 막을 내렸다. 주민의회 대의원 자리 총 35석 중 청소년 대표 등 후보가 없었던 3석을 제외, 이번에 선거를 치른 32개 의석에서 28석을 한인들이 차지했다. 전체 의석 중 거의 90% 이다. 게다가 투표를 한 2,000명 유권자 중 90%가 한인, 투표 진행을 도운 자원봉사자들 역시 대부분이 한인들이고 보면 지난 4일의 선거는 명실공히 ‘한인 잔치’였다.
이번 선거는 한인들이 더 이상 주변의 방관자적 위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선거를 둘러싼 한인들의 높은 관심도와 한인사회의 강한 응집력은 주류 사회와 타 커뮤니티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민 1백주년의 역사에도 불구, 한인사회는 우리의 필요와 권익을 알리고 챙길 채널에 늘 빈곤해왔다. 주민의회는 시정부가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 위해 만든 모임인 만큼 의사 전달 창구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시정부, 시의회 등 주류 사회 공직자들과의 정기적 접촉기회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인 정치인 양성의 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적 구속력 없는 동네주민 모임이지만 한인사회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그렇기는 해도 선거 끝난 지 며칠도 안돼 주민의회를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잡음들은 민망하다. 선거 진행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몇몇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재검표를 요구한 케이스도 있다. 특정 당선자가 엉뚱한 분야 대표로 나왔다는 주장이 있는 가 하면 대가성 투표 논란도 있다. 게다가 주민의회 의장 선출을 두고 벌써부터 파벌 조짐이 보인다니 과열의 정도가 지나치다. 한인회장 등 한인단체 대표 선출 및 운영과정에서 심심찮게 터지던 꼴불견 작태가 주민의회에서 재연되지 않을 까 불안하다.
‘주민의회 90% 독차지’의 개가는 양날의 칼이다. 우리의 힘이자 부담이다. 전례가 없는 캠페인 열기, 높은 투표율로 인해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는 어쩔수 없이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한인 일색의 주민의회가 어떻게 운영되는 지에 따라 우리는 모범 소수계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수도 있고, 어글리 코리안으로 각인 될 수도 있다. 대의원들이 차분하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인종 주민들이 거주하고 비즈니스를 하며 겪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 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치안, 교통체증, 밀집한 유흥업소, 청소년 문제 등 이슈들은 산적해있다. 한인 대의원들이 모든 인종, 모든 집단의 이익을 두루 아우르는 진정한 주민 대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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