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에이브럼스(10)는 아이들이 팔찌는 하나만 낄 수 있는 교칙을 위반해가며 스웨터 속으로 몇개씩 끼고 다닌다고 말한다.
제이크 아벨만(9)의 팔찌 컬렉션.
요즘 10세 전후 아이들에게 없어서 못파는 물건이 있다. 아이들이 사지 못해 안달하는 것은 색색의 팔찌로, 사실 팬시한 고무줄에 지나지 않는다. 핑크색에는 유방암, 파란색에는 자폐증 환자를 후원하는 슬로건이 찍혀 있으나 이 아이들이 과연 그런 대의명분을 위해 팔찌를 사서 끼고 다닌다고 생각하기는 무리다. 오히려 학교에서 유행하기 때문인 것이 더 설득력있다.
아이들이 모두 최소한 하나, 대부분은 10개 정도는 갖고 있다는 이 팔찌는 자전거선수 랜스 암스트롱이 어마어마하게 히트를 친 노랑색 ‘리브스트롱(LiveStrong) 팔찌를 모델로 한 것이다. 하나에 1달러로, 탐 행크스나 맷 데이먼, 로빈 윌리암스, 랄프 로렌, 존 케리 상원의원에 부시 대통령까지 저명인사들이 줄줄이 끼고 나타난 이 팔찌는 지난 5월 이후 2700만개 이상 팔렸고 랜스 암스트롱 재단은 수익금의 대부분을 암연구에 기증했다.암을 이기고 ‘투르 드 프랑스’ 경기에 6차례나 우승한 랜스 암스트롱의 신화에 힘입어 이 팔찌는 올 여름 최대의 패션 악세사리가 됐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 팔목은 노랑이 아니라 무지개색으로 장식되고 있다. 색깔마다 다 뜻이 있어 핑크색 ‘셰어링 더 프라미스’는 수잔 코먼 유방암재단을 위한 것이고, 더 진한 핑크색의 멜리사 에스리지 ‘비 스트롱 MLE’도 유방암, 연녹색은 의료과실과 싸우기 위한 것, 로열 블루는 골수 기증 장려, 콘플라워 블루는 대장암을 위한 것인데 대학 단체, 고교 스포츠팀,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구입해간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교환하고, 어머니들은 아이 생일 잔치의 구디백에 넣느라 산다. 아내가 암에 걸렸다 나았다는 중년 남자도 한참 줄서서 기다리면서 사간다.
이처럼 고무팔찌 하나에 몇달러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과연 그 돈이 진짜 자선단체에 전달됐는지, 사기꾼 손에 들어갔는지를 추적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에는 암스트롱의 구호와 비슷한 구호를 새긴 팔찌 파는 사이트가 넘쳐 나고,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용기’ ‘체력’ ‘신념’ 같은 말을 새긴 무지개색 고무 팔찌를 팔고 있다. 진짜 ‘리브스트롱’ 웹사이트에 주문했다간 최소한 3주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에는 더 빨리 배달해주겠다는 브로커들이 줄을 서고, e 베이에만 거의 1만명이 경매에 내놓고 있다. 거기서 발생하는 상당한 이윤은 암스트롱 재단이나 기타 합법적인 단체와는 무관해 암스트롱 재단은 최근 e 베이를 설득, 가장 터무니없는 경매중 일부를 취소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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