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기어이 또 불행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매년 연말이면 강·절도 사건이 기승을 부리는 추세인데 올해도 예외로 남지를 못했다. 통상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어온 베벌리 힐스 인근 지역에서 살인강도사건이 발생, 한인 리커상이 목숨을 잃었다. 숨진 양재웅씨는 가주 한미식품상협회장을 지내는 등 커뮤니티 봉사활동에 앞장 서온 일꾼이어서 한인사회가 느끼는 안타까움과 상실감이 각별하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시즌에 강·절도 사건이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사랑은 선물, 선물은 소비로 표현되는 소비천국의 사회에서 연중 소비활동이 가장 왕성한 연말의 흥청거림이 범법자들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범죄 다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지역, 평소 범죄의 표적으로 여겨지지 않던 미용실이나 도넛 가게 같은 데서도 강도가 출몰하는 사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한인타운의 한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나오던 한인이 타이어 펑크 절도를 당하기도 했다. 절도범들이 돈 있어 보이는 은행고객의 타이어를 찢은 후 미행하다가 피해자가 펑크 난 타이어를 살피기 위해 차에서 내리면 그 사이 차안의 돈을 훔쳐 달아나는 원시적 수법이다. 이런 구식 수법까지 되살아난다는 것은 저소득층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바닥이라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근년 다소 느슨해졌던 방범의 고삐를 다시 조여야 하겠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범죄인의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강·절도 행각을 자극하는가.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견물생심이다. 한인들이 종종 범죄의 표적이 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털면 나온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한 범죄의 마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외견상 돈 냄새가 나지 않게 하는 세심한 주의, 견물생심이 감히 발동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분명하고도 시각적인 방범 대책이 필요하다. 현금 거래량이 많은 업소에 방탄 유리벽도, 시큐리티 가드도 없다면 강도의 표적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특히 어둠이 일찍 깔리 는 겨울에는 업소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경계 태세에 빈틈이 없음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범죄 예방에 필요한 것은 신고 정신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면 또 다시 타깃이 될 수 있다. 많은 한인 업주들이 강·절도를 당하고도 고객을 잃을까봐, 비즈니스 팔 때 부담으로 작용할 까봐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 신고 기피는 범죄를 키운다. 범죄에 관한 한 한인 업소들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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