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V홀릭]
드디어 2004년의 마지막 주다. 이럴 때에는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법. 읽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읽으면 심심풀이는 될 2004년 방송의 최고, 최악들을 골라보았다.
최고의 오락=MBC ‘대장금’. 올해 드라마 중 최고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온갖 의견을 올리고, 제작진은 그것을 재빠르게 반영하여 재미를 더함으로써 전국민적인 ‘인터랙티브 게임’이 되었다.
최악의 반전= SBS ‘파리의 연인’. 12회까지 매끈하게 잘 만들었던 이 트렌디 드라마는 이후 급격히 느슨해지더니 급기야 마지막 회에서 ‘이 모든 것이 소설 속 내용’이라는 황당한 결말로 드라마의 팬들마저 등돌리게 만들었다.
최고의 수다= 유재석. 오락 프로그램의 집단 MC 체제에서 다른 MC들에게 구박 받는 역할을 했던 그가 올해 자신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살린 쉴 새 없는 수다로 ‘메뚜기’에서 ‘뚝사마’로 우뚝 섰다.
최악의 대사= MBC ‘왕꽃선녀님’에서 입양아를 ‘개구멍받이’로 빗댄 대사. 그런 대사를 쓴 작가나 그걸 그대로 방영한 방송사나 ‘생각이 없었다’ 해도 할 말 없을 듯.
최고의 얼굴= KBS ‘꽃보다 아름다워’의 첫 회 첫 장면에 등장한 고두심의 얼굴. 손녀와 함께 과자를 먹고 있는 고두심의 표정은 이 드라마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을 한 컷에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김흥수 김명민 등 젊은 연기자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한 드라마였다.
최악의 아이템= SBS ‘일요일이 좋다’ 중 ‘X맨을 찾아라’의 ‘당연하지’ 게임. 연예인의 사생활 폭로와 인신공격을 거리낌없이 하는 이 코너는 조금 웃기는 대신 많이 불쾌하다.
최고의 라이벌= 가히 ‘세기의 대결’이라 할만한 MBC ‘한강수 타령’의 김정수 작가와 KBS ‘부모님전상서’의 김수현 작가의 경쟁. 작가 지망생들은 녹화하면서 반드시 봐야 할 듯.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성장해버린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KBS ‘개그콘서트’의 대결 역시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악의 유행= 웰빙을 ‘핑계’로 TV를 점령해버린 ‘몸짱’ 열풍. 그리고 SBS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그 설정만 빌려 지겹게 반복된 4각관계의 ‘재벌 2세물’들. 이 두가지가 합쳐져 올해 TV에서는 몸짱이거나 부자가 아닌 인물들은 ‘신데렐라’ 외엔 할 것이 별로 없었다.
최고의 팬=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거의 ‘마의 시간대’인 일요일 오전 8시55분 방송임에도 꿋꿋이 드라마를 본 MBC ‘단팥빵’의 시청자 ‘단팥빵철인’들. 이외에도 ‘애호 대장금’ ‘미사폐인’ 등 드라마의 팬덤이 전면적으로 부상한 한해였다.
최악의 편성= 고정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럽게 시간대를 옮기다가 결국 조기종영 한 MBC ‘조선에서 왔소이다’, 언제 방영됐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KBS ‘방방’ 등 올해도 시청률을 앞세운 방송사들의 어처구니없는 횡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최악은 비??밀려 사라졌던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1년도 안돼 시청률의 논리에 따라 다시 부활한 것이 아닐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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