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잇단 사기 사건으로 수많은 한인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 불과 수개월 전인데 또 대형 사기가 LA 한인 사회에서 터지고 말았다. 이번에 적발된 ABC 투자회사는 주요 한인 단체 부회장을 모금책으로 내세워 이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척 하면서 투자가들을 모집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과거 사건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사기꾼들은 현실성이 없는 높은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가들을 유혹했다. 10%만 내면 차를 살 수 있게 해주겠다니 시가의 60~70%로 집을 살 수 있다느니 하는 감언이설에 의외로 많은 한인들이 쉽게 넘어 갔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는 말이 지만 상식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은 사기가 아닐까 의심해 봐야 한다. 투자에는 원래 ‘보장’이라는 것이 없다. 예상 수익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위험도 커진다. 지난 1년 간 그토록 경종을 울렸건만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사건 피해자 중 특히 한심한 것은 갖고 있는 돈의 1/3을 날린 한미 구호 재단이다. 1992년 4.29 폭동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어렵게 모인 돈을 관리해 온 이 단체는 그동안 부동산 투자 실패, 단체 관계자들 가족에게 장학금 수여 등 숱한 잘못을 저지르더니 이번에는 사기꾼에게 걸려들어 귀한 돈을 잃어버렸다. 개인도 그렇지만 공익 재단은 그 자금 운용이 신중해야 한다. 개인의 실수로 인한 피해는 개인 하나에 돌아가지만 재단의 실수는 커뮤니티 전체에 손실을 끼치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불려주겠다’는 유혹에 홀딱 넘어가 재단을 거덜나게 만든 사람들이 과연 이사로서의 자격이 있으며 그 피해를 어떻게 배상할 것인지 의문이다.
한인 사회에 이런 사건이 빈발하는 이유의 하나는 한인들 가운데 세금을 내지 않은 돈, 출처가 불분명한 돈 등 소위 ‘검은 돈’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돈은 사기를 당하고도 출처 조사가 두려워 당국에 신고를 꺼리기 때문에 사기꾼들이 볼 때는 공돈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한인 사회에서 또 대형 사기가 터지는 것을 막는 길은 각자가 비현실적인 수익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것이 우선이고 ‘검은 돈’ 대신 적법한 세금을 낸 ‘밝은 돈’이 돌도록 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번 사건이 더 이상 투자 사기 발생을 막는 마지막 경종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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