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손영환 씨의 박사학위 취득과 은퇴 축하 연회에 갔었다.
그의 부인은 나의 선배 약사로서 오랫동안 가까이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언제 만나도 넘치는 미소와 편안함을 주는 그들은 정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손영환 씨는 특유의 유머를 섞어가며 오래전 건너편에서 약국을 하던 아내 손목자 씨를 만나 연애하던 시절 이야기를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달랑 100달러만 들고 미국에 유학온 유학생 가족들의 고생한 이야기는 밤새 들어도 끝이 없을 것 같았고, 매일의 생계를 위해 고생한 아내 얘기를 하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아내에게 미안하고 또 많이 많이 고맙다고 했다. 오래된 자동차 안에서 에어컨디셔너도 없는데 기르던 고양이의 소변냄새 때문에 코를 밖에 내밀고 숨을 쉬면서 워싱턴에 왔다고 작은아들은 그 시절을 기억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사람도 별로 없으며 영어도 내 맘같이 쉽게 나오지 않는데, 또 돈마저 떨어져갈 때의 그 막막함과 두려움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흑백사진으로 보여준 옛날 모습에서 그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노력과 인내, 열정,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조를 계속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대한 봉사활동 역시 몸에 배인 듯,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첨단기술관련 큰 회사 회장님이고 나이 들어서 머리까지 벗겨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기를 ‘닥터 손’이라고 자꾸 불러서 닥터 아니라고 변명하다가 아예 박사학위를 따는 편이 더 쉬울 것 같아서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또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그날 모여 저녁을 같이 하는 이유도 교회 갈 때마다 대부분 사람들이 “공부하기 힘드냐”고 같은 질문을 하다가 얼마 전부터 “언제 끝나냐”고 해서 지난달에 끝났다고 해도 다음 주에도, 또 다음 주에도 같은 질문을 해서 아예 이런 기회를 마련했다고 해 또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 이유는 전에는 새로 만나는 사람들의 명함을 소중히 간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돌아다보니 주위에 바로 중요하고 귀한 친구들이 있음을 알았고 그들을 더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늦게야 철이 나서라고 했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부단한 노력과 눈물, 그리고 사랑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칸 드림이기에 더욱 값지고 귀하게 느껴졌다.
이혜란/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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