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신문에 한국의 기초생활수급대상 할머니가 전 재산처럼 아껴온 500만원을 장학금으로 쾌척한 감동적인 기사를 보고 오래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산이 다시 한 번 기억으로 다가왔다.
1994년 여름 연일 폭염이 지속되던 삼복더위에 나의 어머니는 72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약 6개월간 임파선 암으로 병원에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후 장례를 치르고 난 우리 형제는 어머니를 여윈 슬픈 맘으로 눈물을 훔치며 어머니가 지내셨던 방을 청소하던 중에 장판 아래에서 비닐봉지에 겹겹이 싸인 현금 2만3,000원을 발견했다.
무슨 돈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왜 그리 크지도 않은 돈을 장판아래 꼭 꼭 감추어 두셨을까? 당시 어머니는 20년 전 아버지와 사별하시고 몸이 불편한 막내 아들과 함께 기거하시면서 자식이 보내주는 얼마 되지 않는 용돈으로 생활하셨다. 그러시다 보니 갑자기 몸이라도 아프면 약값으로 쓰시려고 감추어 두신 소중한 비상금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어머니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겨두신 유산 2만3,000원을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우리 형제는 약간의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우리는 곧 바로 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성경을 구입하자”는 것이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신 유언이 “모두 예수 잘 믿고 이 땅에서 우애 있게 살라”는 것이었다. 이 돈으로 성경을 사서 어머니를 생각하고 또 해마다 추도예배 때이 성경을 사용하여 유산으로 생각하자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 후 2만3,000원으로 예쁜 성경을 구입하였고 표지 뒤에 어머니의 유산이라고 써서 가보처럼 보관하고 있다. 성경을 볼 때마다 어머니를 만난 것처럼 기쁘다.
지금도 2만3,000원의 작은 유산으로 행한 일을 보고 하늘나라에서 어머니가 기뻐하실 모습을 떠올리며 올바른 결론이었다고 생각한다.
조무제 /경상북도 파견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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