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푼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도 5개월이 지났다. 사실 자원봉사라고 하기엔 너무 부끄럽지만... 처음 설레임반, 두려움반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 새 내 생활의 소중한 일부분이 되어 있음에 늘 감사하다.
덥수룩한 머리, 굵은 손마디, 삶의 굴곡을 느끼게 하는 그을린 얼굴의 라티노들이지만 나는 그들을 만나는 토요일이 항상 기다려진다. 그들의 조상인 인디오가 알래스카를 거쳐 남미대륙으로 내려간 몽고리안이어서일까. 나는 그들에게서 형제로서의 어떤 인연을 읽는다.
최근 ‘성서 암송대회’와 ‘미겔 산체스의 반지 사건’을 통하여 라티노와 굿스푼 사이에 무언의 믿음과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느낀다. 얼마 안되는 약을 얻고 기뻐하는 그들의 눈에서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음식을 받아들고 어설픈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모습은 어엿한 우리의 이웃이다. 나만의 느낌일까?
그들은 예전보다 더 환하고 편안하게 웃는 것 같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지만 늘 희망을 노래하는 의지가 보인다. 가슴에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현실의 삶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이 있는 사람에겐 미래가 있다. 라티노... 그들은 굿스푼의 존재 이유이자 희망이요, 굿스푼은 또한 라티노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뜨는 스푼 속에 일용할 양식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이 전해질때 ‘지금 바로 여기에’ 하느님의 나라가 오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수님은 오늘도 나에게 말씀하신다. 너는 내가 헐벗고 굶주릴 때 나에게 무엇을 주었느냐고.
매주 토요일, 나의 예수님은 라티노의 모습을 하고 나에게 오신다.
안 진이/굿스푼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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