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러분! 여기 이 사진에 있는 분이 누구인지 알아 맞혀 보세요.”
나는 황우석 교수 사진을 우리반 학생들에게 보이며 물었다. 이미 학생들은 신문에 소개된 황교수에 대한 프로필 및 각종 유머 섞인 에피소드까지 복사해서 돌린 자료를 가지고 한차례씩 읽은 뒤였다.
사실 주말 한국학교에서 배아 줄기 세포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일간 신문에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스크랩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에게 이 자랑스러운 쾌거를 무리없이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줄기 세포의 형성 방법을 설명하고 불치병을 앓았던 대표적인 사람들의 이름을 대면서 종교적으로 많은 저항에 부딪치면서도 왜 이러한 연구가 중요한지에 대하여 얘기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이 나의 이야기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많은 학생들이 주말에 한국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은 한국의 위인 중 어떤 분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하세요?”
“세종대왕이요” “이순신 장군이요” “안창호 선생님이요” “그래,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분들이시지. 또 어떤 분이 있지?” “.....”
사실 나는 한국의 훌륭한 분들에 대하여 설명할 때마다 마음 한편으로는 정말 훌륭한 분이라면서 어떤 새로운 분을 소개해 주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고 그래서 눈에 띄는 대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황 교수에 대한 보도를 접한 이후로 드디어 뭔가 하나 움켜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거부 반응이 없는 줄기 세포를 복제해서 전세계 의학 및 과학의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어. 세계의 눈이 한국으로 몰리고 있단다. 가슴이 마구 떨리지 않니?”
“선생님, 한국사람이 세계 최초로요?”
“그럼, 그렇지.”
그러자 학생들이 “와아...”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하였다. 지난 9월에 새 학생들을 맞아 수업을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영롱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눈들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예기치 않았던 반응에 눈 주위가 뜨거워지며 가슴이 뭉클하고 터질 것 같았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황 교수뿐만 아니라 그 곁에서 밤낮 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계신 분들에게도 더욱더 힘내시라고 응원해 주어야 해.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혁신적인 연구성과가 어떤 경우에도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지.”
주중에는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주말에 한국학교에서 학생들과 씨름하는 것이 힘들면서도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이 벅차 오름을 공감하며 이해해주고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신춘상/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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