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인간의 소장에는 1g당 약 100만 마리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결장 1g에는 무려 10억 마리의 미생물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우리 몸에 서식하는 다른 생물체들이 인간 세포의 수보다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내 몸의 주인을 바로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생물학적 세계를 구성하는 한 부분일 뿐이다.
인간을 포함해 인간이 이룩한 문명도 생태계에 종속되어 있다.
바이러스에서 거대한 고래까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보여주는 교양과학서 ‘자연은 알고 있다’(앤드루 비티ㆍ폴 에얼릭 지음. 이주영 옮김. 궁리)이 번역돼 나왔다.
대다수의 생물종은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들이다. 여름철이면 도대체 모기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지만 그 성가신 모기조차 귀중하다. 모기와 모기 유충은 새와 물고기들의 중요한 먹이일뿐 아니라, 어떤 난초들의 꽃가루받이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저명한 생물학자인 저자들은 식량 작물에서 각종 가축, 나비와 벌, 천적 동물, 토양 미생물 등 하찮게 보이는 동식물들이 의학과 농업,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매우 가치있는 존재라고 사실을 풍부한 예들을 제시하며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인류가 의존하는 수많은 생물종들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들로, 이들의 유전 정보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정보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지구의 생물다양성은 자연에 저축되어 있는 인류의 생물학적 재산이자 자본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따라서 이런 자연 자본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한다고 주장한다. 348쪽. 1만2천원.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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