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포커스] 안방극장 패러디 붐
▲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패러디와 인용의 재미를 톡톡히 선사한 드라마였다.
‘네 이웃의 재미를 탐하라!’
TV 프로그램이 ‘독야청청’하던 시대는 지났다. 동종의 히트작이든, 경쟁사의 프로그램이든 가리지 않고 ‘우리가 남이냐’를 외치며 끌어안고 있다. 바야흐로 ‘패러디와 인용의 시대’다.
드라마 인물에 현실성 부여
장르·방송사 넘나들며 인용
얼마전까지만해도 기성 작품의 아이디어나 설정을 차용해 재생산하는 것은 코미디프로그램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또, 누군가를 흉내낸다는 일은 그 대상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 방송사의 소재를 가져오는 데는 인색했다.
그러나 현재 기성품을 재료 삼아 도마에 올려놓고 요리의 즐거움을 맛보는 현상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21일 막을 내린 빅히트작인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패러디와 인용의 재미를 톡톡히 선사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는 ‘파리의 연인’, ‘신입사원’, ‘굳세어라 금순아’ 등 전현직(?) 히트 드라마를 비롯해 예능프로그램인 ‘X맨’,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 다양한 브라운관 생산물이 ‘종횡무진’했다.
재벌 2세인 진헌과 로맨스를 엮어가는 것을 두고 삼순의 언니가 ‘혹시 알아? 전산오류로 당첨될 지?’라고 한마디 툭 던지면 ‘내가 LK냐’라고 삼순이가 맞받아치며 에릭 주연의 드라마 ‘신입사원’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 피아노를 쳐달라는 삼순의 주문에 진헌은 ‘드라마 따라하는 것 같잖아요’ 같은 말로 김정은-박신양 주연의 ‘파리의 연인’을 빗대 시청자들의 옆구리에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마치 일상에서 시청자들이 TV프로그램을 놓고 수다를 떠는 듯한 모습을 등장인물한테 이입해 공감대 및 현실성 획득이라는 목표에 효과적으로 접근했다.
그런가하면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는 18일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려원을 향한 일방통행 사랑을 진행중인 다니엘 헤니를 려원의 애틋한 사랑 파트너로 깜짝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전통적인 잣대로 따지면 동일한 연기자 커플이 두 프로그램에 양다리를 걸친다는 것은 ‘실례’처럼 간주됐다. 그러나 현재는 자연스럽고, 오히려 재치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는 전체적인 틀거리 부터 ‘파리의 연인’의 패러디로 출발했을 뿐 아니라 부잣집 사모님인 김수미의 모친이 ‘전원일기’의 일용엄마 김수미라는 기발한 설정까지 끌어오며 신선한 웃음포를 날렸다. 비록 예정보다 빨리 막을 내리는 설움을 맛보았지만, 패러디에 대한 이 시트콤의 왕성한 식욕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현재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코너에서 강주희가 동료 개그맨인 박희진, 그리고 타 방송사의 히트작인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을 흉내내는 것도 전방위로 퍼져있는 요즘의 프로그램 간 교류(?)를 보여준다.
이미 사이버상에서는 기존 작품을 비틀고 패러디하는 것은 유머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거침없는 유희 정신이 방송가에도 깊숙히 스며들었다.
/조재원기자 mii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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