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 맞은 ‘개그콘서트’
• 김석현PD 앞으로도 사랑해 주세요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남게 하고 싶다.”
31일 방송 300회를 맞는 KBS 2TV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연출자 김석현 PD의 소감이자 다짐이다.
지난 1999년 전파를 타기 시작해 올해로 방송 6년째에 접어든 ‘개그 콘서트’는 대학로 무대 콘서트 개그를 방송에 접목시켜 침체일로를 걷던 코미디 프로그램을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콘서트 형식의 코미디를 방송에 정착시켜 변두리로 밀려가던 코미디 장르를 방송의 중심부로 끌어 올렸고 6년 동안 한결 같은 인기를 유지했다.
콘서트 형식 접목 6년 장수 ‘개그맨 재활공장’
식상한 아이템 시청자 외면…창의적 변화 절실
전반적으로 오락 프로그램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6년 장수는 이례적인 일. 게다가 실험 정신으로 출발한 ‘개그 콘서트’의 장수는 방송가에선 ‘사건’으로 남을 만 하다.
‘개그 콘서트’ 출범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들의 인기 하락으로 상당수 프로그램들이 폐지돼 개그맨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신동엽 이휘재 남희석 김용만 등 MC형 개그맨으로 전향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방송 출연조차 쉽지 않았다. ‘개그 콘서트’는 이들 개그맨에게 설 자리를 마련해줬다. 덕분에 방송 초기 ‘개그 콘서트’는 ‘개그맨 재활 공장’이라는 별명을 지니기까지 했다.
2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300회 특집 ‘개그 콘서트’ 녹화 현장은 기존의 웃음 외에 축하와 격려의 무대로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심현섭 황승환 등 초창기 주축 멤버들을 비롯해 쥬얼리, NRG의 천명훈, 방실이, 김애경, 자두, ‘떨녀’ 이보람 등이 게스트로 초대돼 기존 ‘개그 콘서트’의 멤버들과 웃음 한마당을 펼쳤다.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안어벙’ 안상태도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고 ‘청년백서’ ‘바보삼대’ 등 예전의 인기 코너들도 재현돼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개그 콘서트’ 300회 특집 무대는 화려하고 유쾌한 축제 무드 속에서 어딘지 허전한 구석을 남기고 있었다. ‘개그 콘서트’는 최근 들어 ‘식상하다’는 지적과 함께 급격한 시청률 하락을 보이고 있어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 그렇지만 이날 무대에서 이에 대한 성찰은 느껴지지 않았다.
300회라는 의미 있는 시점을 맞아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면 어땠을까. ‘개그 콘서트’와 별 상관 없는 스타들을 모아 놓고 어설픈 웃음을 만드는 모습이 300회라는 중대한 의미를 퇴색시키진 않았을까. 앞서 언급한 연출자의 다짐과 상반되는 무대가 아니었나 하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동현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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