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가 금융기관의 핵심
의식을 하든 않든 우리는 각자의 직업을 통해 보다 큰 테두리인 사회에 연결되고 그 맥락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게끔 되어 있다. 100마일에 가까운 속도의 공을 받아치고 1루로 질주하는 프로야구 선수는 스스로 의식하든 않든 간에 그런 행위들이 모여서 프로야구라는 비즈니스를 형성하고 우리의 여가생활을 풍성하게 한다.
아마도 금융기관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말 중의 하나는 리스크일 것이다. 세상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치고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여름 시장을 겨냥해 쌓아놓은 봄날의 재고는 가을 바람과 함께 한숨 섞인 떨이신세가 되기도 하며, “이 밑으로는 정말 안됩니다”라고 마지막 말을 뱉은 가게 주인은 돌아서는 손님의 뒷모습을 바라볼 각오도 해야 한다. 이렇듯 모든 비즈니스가 그 나름의 리스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금융기관에서 특히 리스크가 강조되는 이유는 무얼까?
금융기관과 일반기업을 구분하는 것은 리스크에 대한 관점이다. 일반기업의 경우는 리스크가 영업활동에서 생기는 달갑지 않은 부산물 같은 것이고 어떻게든 그것을 피하거나 전가시키려 하지만, 금융기관은 직면한 리스크에 정면으로 대응하여 이에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즉 리스크는 금융기관의 핵심 요소이며, 사회가 금융기관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다양한 보험에 가입하는데, 보험회사는 그들의 영업활동을 통해 가입자들의 리스크를 흡수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보험이란 멀쩡한 다수가 예기치 않은 불행에 처한 소수를 떠 안는 장치이지만, 만약 보험회사가 없다면 이러한 리스크의 흡수가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은행 또한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원리금 지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생산성 높은 비즈니스에 대출함으로써 리스크를 흡수한다. 현금의 보관에 따른 위험이나 불편함이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해소되고, 은행은 대출 원리금이 실제로 회수되든 않든 약속한 예금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줄잡아 하루 15억주 이상의 주식이 거래된다. 이것은 그만큼의 주식에 대해서 주인이 바뀐다는 얘긴데, 각 경제 주체들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천차만별이고 리스크에 대한 태도도 달라서, 어떤 사람은 ‘이만 됐다’하고 리스크를 터는 반면 다른 사람은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지’ 하고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기꺼이 짊어진다.
주식의 매매란 달리 말하면 매도자로부터 매수자로 투자의 리스크가 이전됨을 의미하는 것인데, 증권거래소나 증권회사가 없다면 이러한 리스크의 이전이 매우 더디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이러한 리스크의 이전을 중개함으로써 투자의 유동성 및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고, 우리가 큰 거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자기 판단에 따른 투자 행위를 실행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금융시장에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존재하며, 금융기관의 성장과 번영은 리스크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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