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열 Pace대 석좌교수>
본국에서의 안좋은 소식들 중에 금융기관들에서 생긴 중간 관리층의 거액횡령사건들이 있다. 어떻게 은행대리가 수백억을 횡령하고 도피할 수 있는가. 이해할 수 없도록 기가 찬 일들인데, 그렇다. 마음먹고 사기나 횡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막을 방도는 서글프지만 별로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조직들에서 생기는 이런 불미스런 일들은 경제의 기본질서를 해치고 사회를 소리 없이 상처나게하고 죄 없는 주위사람들을 회복할 수 없도록 어렵게 하고 젊은이들의 꿈을 앗아가버린다.
미국에서도 과거부터 이런 일들이 많이 생겼었고 경제시스템에서 여러 가지 방지와 통제장치들이 생겼는데 오늘 여기에서는 우리 한국과 한인경제에 국한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사기와 횡령사건들이 적었다. 경제가 별로 보잘 것 없는 사회에서는 횡령할만한 돈도 별로 없었지만 정치인들이 얽힌 복잡한 것들을 빼고는 숫자나 액수에서 보통사
람들이 연루된 큰 횡령사건들이 적은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 이유는 유교공동사회에서의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문화 때문이었다.
가족과 이웃을 바탕으로 한 작은 공동사회에서의 행동규범은 항상 분명했다. “부모와 집안에 욕되는 일을 하지마라.” 소위 집안망신을 시키는 이들은 두고두고 자신이 속한 작은 공동사회에서 그 댓가를 여러 가지의 불이익으로 치러야했고 주위에서 그들은 거의 매장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자라나는 젊은이들이 볼 수 있도록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세상이 개인중심으로 변하면서, 또 유교의 선비사상이 퇴조하면서, 한 개인이 하는 일들이 마을과 작은 공동사회에 알려지는 게 아니라 신문방송에서 보고 듣는 일들로 바뀌면서 사회는 얼굴모르는 이들의 집합체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식과 경륜과 상식을 중시하는 것에서 투쟁과 변혁과 기회를 우선시하는 사회로 변하는 과정이 인터넷으로 더욱 가속화되면서 한국은 “한번 기회를 잡아야한다”라는 조바심을 모든 이들에게 주어버리게 되었다.
거기에다 본국의 어두운 경제전망과 조기명퇴가 가져온 것은 꿈의 상실이었다. 내일이 워낙 믿을 수 없게된 이들은 눈앞의 유혹에서 자유롭기가 힘들다. 더욱이 도덕감각이 약한 이들에게 이런 환경은 그들의 조바심을 더욱 키우게 했다. 최근의 불행한 사건들은 기회주의자들이 부도덕한 마음으로 부정을 할 때 그것을 시스템에서 방지하지 못한 이유에 기인한다. 조직들이 너무 사람을 믿는 지나온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조직내부통제는, 특히 금융기관에서의 관리통제시스템은, 엄격하고 치밀한 점에서 나무랄 데가 별로 없다. 인간을 믿는 게 아니라 인간이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는 것을 더 믿는 바탕위에 세워둔 통제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엇이든 활동이 위임되면 거기엔 견제장치가 따라붙는다. 관련된 이들이 모두 함께 공모를 하지 않고는 불법적인 행동을 하기가 힘든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그 내부의 사람이 정직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그리고 마음먹고 하는 횡령과 부정은 막기가 너무나 힘들다. 그래서 그 조직의 인적구성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조직원들의 꿈이 없어질 때 상황은 너무나 비리와 횡령의 가능성에 취약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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