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필그림 교회 민병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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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나의 딸 결혼식을 치르면서 결혼의 의미와 예식의 중요성에 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요즈음 목회자들이 자기 자녀들의 결혼식을 직접 집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내 자신도 내가 직접 집례 할 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결혼 예식을 집례하며 끝까지 나의 감정을 억제할 자신이 없어 딸아이의 삶 가운데 지도해 주셨거나 잘 아는 목회자들 가운데 딸아이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였다.
딸은 아빠의 가까운 친구 목사를 주례로 선택하였다.
전통적인 결혼 예식에 익숙한 나와 아주 어릴 때 미국에 와서 미국 문화 안에서 자라고 미국인 친구들이 한국인 친구들 보다 훨씬 많은 딸은 몇 가지 부분에서 이견이 있기도 하였지만 서로 잘 의견을 조정하고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다.
그 중에 하나는 신부를 데리고 들어가는 사람이 아버지 혼자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신부의 좌우에 서서 같이 입장하였다. 물론 신랑도 부모와 함께 먼저 입장하였다.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는 것이 과거의 가부장적인 관습에 의한 것이라면 신부나 신랑이 부모와 함께 입장하는 것은 남녀 평등 사상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 적합한 형식일 뿐 아니라 훨씬 의미가 깊다고 느끼게 되었다.
신랑과 신부가 이제 부모를 떠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중요한 순간 그동안 그들을 양육하고 키워 주신 부모님 모두를 모시고 입장하는 것은 바로 부모님들이 이제 그들의 의무를 다하시고 하나님과 증인 앞으로 자녀를 인도함으로 그 임무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요즈음 서울에서는 결혼식 때에 신랑과 신부가 둘이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씁쓸하게 느껴진다. 키워주신 부모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다.
결혼식이야말로 서로 다른 두 가정에서 자란 남녀가 이제 결혼 예식을 통하여 하나가 되는 예식이다.
모든 예식에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교회의 예식가운데 세례나 성찬식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처럼 결혼 예식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신랑과 신부가 따로 입장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서로 다른 가정에서 나왔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요, 하나로 팔짱끼고 출발하는 것은 하나가 되었다는 상징적인 예식이다. 신랑이나 신부가 부모님들을 좌우에 모시고 입장하는 것은 바로 그들을 키워주신 부모님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신랑과 신부들이 부모님을 양편에 모시고 함께 입장하는 결혼식을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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