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포커스] 방송사 고무줄편성 ‘눈살’
무리한 연장 방영과 무분별한 조기 종영에 상식이하의 변칙 편성까지….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이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 지(之)‘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의 무리한 연장 시도로 내환에 휩싸이는가 하면 납득할 수 없는 조기 종영 결정으로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경쟁작을 피하기 위해 예정 방송일을 2주나 어기는 변칙 편성까지 등장했다. 방영횟수와 방영일이라는 시청자와의 무언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저버리는 행태에 비난 여론이 밀려들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조기 종영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힘든 결정이었다. 표절 등 문제를 일으켜 비난에 직면하거나 심각할 정도로 저조한 시청률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조기 종영에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기 종영은 양상을 달리 한다. 어지간하면 가차없이 막을 내려 버린다. 물론 경제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해 MBC ‘영웅시대’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에도 제작비 투입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기 종영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최근에는 SBS ‘사랑한다 웬수야’가 전작보다 높은 시청률에도 6회나 단축됐고 SBS ‘해변으로 가요’ 또한 15%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에도 조기 종영 결정의 쓴 맛을 봐야 했다.
두 작품 모두 심각할 만큼 저조한 시청률도 아닌데다 어느 정도 호응도 얻고 있었기에 난데 없는 조기 종영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높기만 하다.
경쟁사 의식 방영일도 손쉽게 어겨
무리한 변칙 후속작에까지 악영향
지난 8월 29일 종영한 ‘패션 70’s’는 무리한 연장 시도 때문에 내부적인 갈등을 겪은 경우다. 당초 24부작으로 알고 계약한 연기자들이 SBS의 6회 연장 계획 때문에 반발해 자진하차까지 하는 등 극한 대립을 보였다. 다행이 28회 종영으로 마무리가 이뤄지긴 했지만 연출자는 남은 분량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제작을 해야 하는 난국을 극복해야 했다.
‘패션 70’s’의 연장 방영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KBS 2TV 미니시리즈 ‘웨딩’의 변칙 편성으로 이어졌다. ‘패션 70’s’가 30회를 못 채워 후속작 ‘서동요’ 방영에 다소 차질을 빚게 된 SBS는 ‘패션 70’s’를 2주 연속 월요일에 방영하기로 했다.
이에 KBS는 맞불 작전으로 ‘웨딩’의 첫 방송을 화요일에 편성했고 시청률 14.2%의 비교적 좋은 성과에 고무돼 그 다음 주에도 변칙 편성을 이어갔다. 물론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연이은 변칙 편성에 대한 대답은 외면이었다. ‘웨딩’은 10%대 초반으로 주저 앉았다.
편성의 묘수는 작품의 완성도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 무리한 연장 방영은 작품 흐름의 왜곡으로 이어져 완성도를 저하시킬 수 있고, 조기 종영은 후속작의 준비 기간 축소로 인한 질적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애초에 정해진 방송회수와 일정에는 완성도를 위한 제작진의 사전 기획이 포함돼 있고 시청자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다. 손쉽게 어긴 약속은 자연스럽게 외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동현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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