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수상
영화 ‘사과’ 화보
지난 8일부터 16일 까지 계속된 제 3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 한국 영화는 모두 5편이 출품됐다. 한국 영화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언론과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의 시사회 때에는 두 영화가 동시에 상영되는 2개관이 초만원을 이루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5편의 한국 영화 중 ‘사과’가 가장 돋보였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nce)는 그의 복수 시리즈 마지막 편. ‘사디스트’ 박 감독은 이 복수 시리즈의 지나친 폭력과 잔인성 때문에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 언론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전의 두 편보다 잔인성은 덜 했지만 시뻘건 피가 범람하기는 마찬가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금자(이영애)가 출옥 후 식칼로 손가락부터 자른 뒤 복수를 하는 블랙코미디 스릴러인데 이영애가 독한 여인으로서는 미흡했다. 똑똑한 박 감독의 폭력의 의미에 의문을 갖고 있는 나 뿐만 아니라 영화제에 참석한 많은 동료 LA 영화협회회원들도 그의 심술부리는 듯한 폭력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박정희 전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President’s Last Bang)은 이미 비디오로 봤는데 나보다는 동료 회원들이 더 좋아했다. 배용준이 손예진과 나온 ‘외출’(April Snow)은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진 불륜관계인 두 남녀의 아내와 남편이 병원서 만나 맞바람을 피우는 얘기인데 습작 수준의 멜로물이었다는 중평이다. 배용준과 손예진이 어른이라기보다 아이들 같아 불륜의 사랑을 하는 게 소꿉장난하는 것 같다. 허진호 감독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보여준 그 미묘한 감정의 묘사가 없어 아쉬웠다.
뜻밖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가 ‘사과’(Sa-Kwa)였다. 강이관 감독의 데뷔작으로 사랑에 데인 여자의 자기 각성의 드라마다. 현정(문소리)은 애인에게 버림받은 뒤 자기에게 집요하게 구애하는 회사원과 데이트를 한 끝에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국 둘은 이혼한다.
이 영화는 자기 식으로 밖에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자화상이다. 문소리의 연기 때문에 평범한 얘璲?강하게 어필해 온다. 철딱서니 없던 여자가 사랑에 실패한 뒤 반듯하고 강한 인간으로 바뀌는 모습을 티 안내고 보여준다. 보고 난 뒤 더 생각나게 만드는 문소리의 연기가 아름답다. 이 영화는 토론토 국제영화제서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신인감독에게 주는 국제비평가상을 받았다.
박흥진 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 회윈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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