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ㆍ육아 탓… 비정규직은 5%p나 늘어
잡지사에 근무하던 이모(여ㆍ30)씨는 결혼 후 아이를 낳은 지 1년 만인 지난해 가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친정과 시댁에 번갈아가며 아이를 맡기기가 부담돼 이른바 ‘입주 아줌마’를 쓰기로 한 후 자기가 버는 돈의 대부분을 고용 비용으로 쏟아 부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생 직장을 안 가질 생각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가 불가능하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대학 전공과 일본에 연수 갔던 경험을 살려 시간제 외국어 강사를 해볼까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다”고 30일 말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학력(4년제 대학졸업 이상) 여성의 결혼 후 사회활동 참가는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여성개발원 노동ㆍ통계연구부 김태홍 박사의 ‘고학력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 긴요’ 보고서에 따르면 30~34세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97년 54.6%, 2004년 55.8%로 거의 비슷했다. 결혼 후 출산ㆍ육아기에 접어드는 35~39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97년 53.0%에서 2004년 52.8%로 오히려 줄었다.
김 박사는 “출산 및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은 고학력 여성에게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대학 졸업 후 정규직으로 일을 하다가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추세는 1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학력 여성 중 정규직은 1997년 51.7%에서 2004년 50.9%로 소폭 줄었으나 비정규직은 23.8%에서 28.8%로 크게 늘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은 결혼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방문판매, 시간제 교사 등 파트타임 직업이 늘어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여성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해줄 정부 대책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학력 여성이 결혼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취업여성을 위한 보육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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