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얼마전에 어떤 이로부터 받은 전자우편 쪽지는 안부 대용으로 “굿 모닝”이란 표제가 붙은 꽃나비 그래픽과 함께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 밑에 1달러 지폐가 그려져 있습니다. 지폐 밑에 말이 이어집니다.
“그것은 집(house)을 살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는 지붕 너머 굴뚝과 창문 아래 푸성귀, 문으로 이어지는 계단 혹은 진입로가 정겨워보이는 조그만 집 그림이 나타납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은 궁금증은 곧 풀립니다.
“그것은 가정(home)을 살 수는 없습니다.”
집과 가정을 구분한 속뜻은 아시겠지요.
전자쪽지는 또 돈의 용처와 한계를 시계와 시간으로 예쁜 탁상시게 그림과 함께 다시한번 보여줍니다.
“그것은 시계를 살 수는 있어도 시간을 살 수는 없습니다.”
쪽지는 계속 그런 식입니다.
“그것은 포지션(그럴싸한 직장이나 직책 등)을 살 수는 있어도 존경을 살 수는 없습니다” “침대를 살 수는 있어도 잠을 살 수는 없습니다” “책을 살 수는 있어도 지식을 살 수는 없습니다” “약품을 살 수는 있어도 건강을 살 수는 없습니다” “피(수혈)를 살 수는 있어도 생명을 살 수는 없습니다” 등등.
지난달 11일 우리를 추억어린 그 시절로 인도해준 산울림 콘서트에서 맏형 김창완은 독일인이 쓴 책 ‘생각 없이 살기’ 몇구절을 인용하며 생각의 끈 놓기의 편안함을 이야기했지요. 그러나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 요즘, 돈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한번쯤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게 비단 시간낭비만은 아닐 듯 싶습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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