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철 <재정 컨설턴트·법학박사>
‘용돈’의 경제학은 “실수에서 배운다”
“친구들이 용돈을 받는다며 우리 애도 용돈 달라고 조르는데, 얼마나 되는 돈을 어떻게 줘야할지 모르겠어요. 자기 돈이 생기면 쓸데없이 낭비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성장기 자녀에 관한 문제로서 한인 부모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아마도 좋은 학군으로의 이사나 좋은 학교로의 진학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의 자녀 재정교육 역시 중요한 주제이다. 대학학자금 마련을 위한 529플랜이나 생명보험 또는 뮤추얼펀드 투자 등을 통한 재정교육은 ‘상급 코스’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용돈을 통한 교육은 언제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민생활에 바빠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는 하교이후 아이들을 보육시설이나 각종 학원 등에 거의 하루 종일 맡기면서 ‘미안한 마음에’ 지나치게 많은 용돈을 주는 경우가 있다. 또는 이와 대조적으로 아이들을 늘 돌보고 있는 부모는 “필요한 것은 뭐든지 그 때 그 때 사주는데 별도 용돈이 꼭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일단 용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주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 의견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돈이 따로 있어야 돈을 관리하는 요령을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이 재화나 용역과 교환 된다”는 기본적 개념을 깨닫기 시작하는 3-4세쯤부터 용돈을 주며 저축이나 합리적 소비에 차츰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당한 용돈의 규모는 자녀의 나이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초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몇 달러 정도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중학교 정도부터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해진다. 이젠 자녀들도 사춘기에 들어서며 좀더 독립적인 자신의 ‘영역’을 바라기 시작한다. 점심·스낵·학교모금·버스·옷·영화 등에 쓰일 경비 규모를 자녀와 함께 의논해보고 이에 필요한 돈을 매주 또는 매월 단위로 ‘정기 지급’하는 것이 좋다. 반년 또는 일년 단위로 이 같은 용돈 수준을 재점검해서 필요하면 금액을 조정한다. 이처럼 정기적인 ‘자신만의 돈’이 있어야 혼자서 계획도 짜보면서 돈 관리 능력을 개발해나가게 된다.
일부 부모는 가사를 도왔을 경우만 용돈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때로는 애들이 “나 오늘 돈 필요 없어”라며 일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대정리나 청소 등 집안일은 용돈과 상관없는 가족 일원으로서의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용돈으로 아이들이 낭비하거나 형편없는 물건을 산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애들은 꼭 저축뿐만 아니라 소비행위에서도 배운다. 오히려 시행착오를 통해 곧 교훈을 얻으면서 그만큼 돈에 대해 배우게 된다. 어렸을 때 이처럼 얼마 안 되는 ‘인생 수업료’를 물은 뒤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큰 실수를 안 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문의: (201) 7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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