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대 LA한인회가 ‘문서 자료실’을 만든다. 이용태 한인회장 임기 중의 사무국 업무, 재정 내역, 회의록, 사진 등 각종 자료를 보관하는 일종의 문서 창고다.
현재 입주해 있는 한인회관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1층에 작은 방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건물 소유주인 한인동포재단과 협의를 마친 상태고 자료들을 재단에 넘겨주면 재단이 1층에 창고를 개설해 직접 보관, 영구 관리한다는 것이다.
자료 창고를 마련했다는 것이 무슨 큰 뉴스 거리가 되겠느냐마는 뒤집어 보면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인회의 역사를 1962년, 지금의 사우스LA로 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43년만에 생겨나는 첫 자료실이다. 더군다나 역대 회장단들이 남겨놓은 자료들이 거의 없어 자료실이 생겨도 보관할 것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무려 26명의 회장이 자리를 바뀐 후에야 비로소 1.5세 회장단이 첫 스타트를 끊는 것이어서 나름대로 역사적 평가도 뒤따른다.
한인회의 자료 부족은 몇가지 요인에서 기인된다. 첫째는 역대 회장들의 역사 의식 부족을 질타해야 할 것이고 둘째는 임기가 끝나 떠나는 회장들이 뒤탈이 두려워서 인지 대부분 관련자료를 몽땅 들고 나가 버려 별로 남겨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이유는 회장단의 활동을 지원, 실행하는 사무국 책임자(사무국장)가 회장이 바뀔 때마다 따라서 바뀌고 있고 자료를 남겨도 제대로 보관을 못해 분실 또는 무심코 파기 해버리기 일쑤였다.
한인회가 43년동안 수많은 기금모금 행사를 했었을 것인데 사용 내역을 정확하게 영수증까지 첨부해 보관, 차기 회장단에 넘겨준 한인회장은 거의 없었고 들어본 적도 없다. 간혹 상세 내역을 뺀, 대강의 재정 지출 보고서만 간단하게 만들어 넘겨주는 회장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나마 감사의 결제 사인도 받지 않은 상태여서 자료로서 인정해 주기가 애매한 서류다. 자금 사용에 대해 알려주고 싶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자초하기도 한다.
사무국장들은 회장 측근 인사가 맡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신임회장이 들어서면 “어차피 물러나는데 다음에 들어오는 사무국장에게 편하게 해줄 이유가 없다”는 일종의 심술이 작용해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몽땅 들고 나가거나 컴퓨터에서 아예 지워버린다. 후임 사무국장은 한동안 업무 파악에 애를 먹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얼마전 한인회의 한 지도급 인사는 “사무국장은 회장이 바뀌더라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인회가 발전할 수 있다”며 혀를 찬 적이 있었다. 사무국장이 회장에 예속되면 회장의 개인 비서화로 전락하게 되는 등 비리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 반세기 가량 초창기 한인회 역할을 맡아왔던 대한인국민회와 비교하면 역사 의식 부족이 더욱 두드러진다.
대한인국민회 선조들은 각종 독립운동 자료, 독립운동 자금 기부자 명단·액수, 당시 제작된 신문, 회보, 회의록, 심지어는 회원들의 사진까지 고스란히 건물 다락방에 보관해 놓았다. 이들 자료들의 일부는 한국 독립기념관으로 보내졌고 일부는 현재 복원, 보존 작업을 기다리며 모처에 보관중이다. 또 일부는 USC인근 국민회관 기념관에 잘 전시돼 후세들의 역사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용태 한인회장단의 자료 보관실 추진을 환영한다. 한참 뒤늦기는 했지만 역사의식을 가진 일종의 소명의식으로 추진한다니 더욱 반갑다. 1.5세 회장의 투명한 한인회 운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자료 보관실은 숨길 것도 숨겨서도 안 되는 투명한 한인회의 ‘검증소‘가 될 것이다.
김정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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