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자연과 가까이 살았던 옛 현인들은 ‘봄의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고 ‘가을의 정신’으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으면 값진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서늘해진 날씨가 정신적으로 사색을 가능케 하고 결실의 계절이라는 절기의 특성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은 문화의 계절이다. 문화는 영어로 컬처(Culture), 경작한다는 뜻이다. 문화란 농부가 수확을 위해 땅을 갈듯이 풍요로운 정신을 위해 마음의 밭을 가는 일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고…문화인이 되려면 땅을 가는 농부 못지않게 부지런해야 한다. 요즘 남가주 곳곳에선 음악회와 전시회, 연극과 뮤지컬등 각종 예술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LA필하모닉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는 베토벤 심포니 전곡을 연주하는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지고 LA카운티 뮤지엄에서는 이집트의 소년왕 투탄카문 특별전시회가 계속중이다.
무엇보다 가을은 책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민철학의 정립은 우리사회가 아직 이루지못한 중요한 과제다. 왜 이곳에 뿌리옮겨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자녀들에게 꿈과 이상이 있는 내일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해답을 주는 철학이 정립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중심을 잡고 바로 서기 힘들다. 철학의 시작은 생각이다. 우리에겐 왜 철학이 빈곤한가. 깊게 생각을 못하기 때문이다. 왜 생각을 못 하는가. 책을 읽지않기 때문이다.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의 가장 큰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다. 그러나 책은 밤새워 비디오 보고 주말마다 골프친 후 남는 시간에 읽는 것이 아니다. 생업에 바쁘더라도 모자라는 시간을 쪼개서 읽어야 한다. TV가 인간의 시야를 넓혀주고 컴퓨터가 기억력과 계산력을 대신해 주는 요즘이지만 사고력의 증진과 판단력의 형성으로 인간의 지혜를 길러주는 것은 역시 독서다.
잠들기 전 읽은 소설의 한 대목에서 얻는 깨달음, 점심시간 잠시 들른 전시회장에서 발견하는 경이로움, 오랜만에 찾은 컨서트홀에서 만나는 가슴 적시는 감동…이 모두가 삭막한 이민생활에 윤기를 주는 예술동참이 될 수 있다. 이 가을엔 일상에만 분주했던 심신의 먼지를 털고 생활의 중심을 잡아줄 해답을 찾아 제 각기의 문화산책을 떠나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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