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 사회 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화제는 아무래도 리더십이 아닌가 싶다. 카트리나, 리타 피해 뿐 아니라 2주전 LA 시내 전역에서 있었던 정전 사태, 그리고 산불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여러가지 원인과 결과가 항상 있겠지만 내가 겪은 사회생활 경험으로 비춰 봤을 때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리더십이라 생각된다.
특히 LA 시내 전역에 있었던 정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도전력국 직원들이 작은 전선하나를 잘못 끊어서 생긴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LA시 공무원들과 주민이 대처했던 행동은 사뭇 달랐다.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몰라 상부의 업무 지시만을 기다렸던 부분이 사회 이슈화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침착하게 대응하고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 오히려 박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일련의 일을 지켜보면서 사뭇 가장 크게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리더십이라는 부분이다. 올해 초 뉴스위크에서 선정한 올해에 달라져야 할 뉴 리더십에 대해 석학들이 꼽은 부분 중 하나가 중국 주원장의 리더십이었다.
그 옛날 망해 가던 중국 원나라는 소금장수 출신의 장사성(張士誠)과 가난 때문에 사찰에 버려진 주원장(朱元璋)의 대결로 압축됐었다. 주원장이 장사성의 주력부대를 포위하고자 험악한 산을 넘고 후방으로 돌 때, 협곡의 외길 복판에서 산오리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었다.
새끼를 품은 짐승을 해치면 업보를 받는다는 어린 동승 때의 믿음이 떠올라 주원장은 작전을 포기하고 그 산오리가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아 제 발로 길을 비킬 때까지 여러 날을 기다렸다고 한다.
물론 작전은 탄로 나고 전세는 주원장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는데 예상치 못했던 여러 일들이 벌어졌다. 장사성의 부장들이 부하를 거느리고 속속 주원장 휘하로 투항해 왔다는 것이다. 천하를 얻고 잃는 그 큰 전쟁을 한낱 오리의 생명을 위해 유보하는 인간적 장수라면 그 휘하에 들어가는 편이 옳고 장래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화살 한 발,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천하를 얻었던 주원장의 리더십은 가장 인간적인 리더십이며 사심을 버리고 만물에 이치에 따르려는 리더십인 것이다.
태풍 카트리나와 리타가 훑고 지나간 여러 잔해들, 정전사태로 길이 막히고 자칫 잘못했으면 대혼란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질서를 지키며 서로 돕는 시민들의 모습은 주원장이 그 옛날 보여준 가장 인간적이고 근본적인 리더십이라고 생각된다.
전쟁에서 이기고 실적과 공을 세우는 것도 나름대로 가치 있게 평가받을 수 있는 일이긴 하겠지만 인간 본성으로 돌아가 침착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며 상대가 어떠한 위치에 처해있던 간에 존중하는 자세와 마음을 지닌 주원장의 리더십과 일련에 사태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리더십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직장이나 자신이 주인으로 경영하고 있는 작은 가게나 상점을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리더십의 문제는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상대가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고객이 무엇을 진정으로 나에게 원하는지 등은 반드시 절박한 상황에 닥치지 않더라도 항상 고려하고 미리 대비해야만 하는 일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작은 경영의 한 차원으로 이해되고 수용되어야 할 부분이긴 하나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 내가 도와야만 하는 사람을 사심 없는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돕는다면 분명 이 시대의 주원장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뉴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복준영
SK-어스링크 마케팅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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