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살충제 뿌려 객실 방화 두려웠지만 그대로 덮쳤죠
객차내 소방관은 재빨리 진화, 50초만에 범인 진압 경찰인계
대구지하철 2호선에서 방화미수범을 제압한 김형석, 최고영, 주세별(왼쪽부터)군.
소화기로 불을 꺼 참사를 막은 소방관 박수덕씨. 대구=연합뉴스
고교생들과 소방관이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를 막았다.
19일 오후 1시17분께 대구지하철 2호선(지난달 18일 개통) 사월방향으로 운행하던 2135호 열차(기관사 김명운)가 반월당역을 출발한 순간 5번째 객차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김모(33ㆍ무직ㆍ대구 달성군)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승객들을 향해 “다 죽여버리겠다”며 소리쳤다. 김씨는 분무식 살충제를 뿌리면서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1.5㎙ 정도의 화염이 뿜어져 나오면서 객차는 공포에 빠졌다.
이때 4번째 객차에 타고 있던 경북 경산소방서 진량소방파출소장 박수덕(49ㆍ소방위)씨가 본능적으로 소화기를 빼들고 사고 객차로 뛰어들어 불을 껐다. 거의 같은 시각 6번째 객차에서 달려온 김형석(18), 최고영(18), 주세별(18)군 등 영남공고 화공과 3학년 학생 3명은 김씨를 덮쳐 제압했다.
고교생들과 소방관의 활약으로 사건은 발생 50여초 만에 종료됐고 범인은 이들에 의해 다음 역인 경대병원역에서 경찰에 인계됐다.
김군은 “범인이 우리쪽 객차로 넘어와 소화기를 가져가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여 ‘방화범이 아니냐’며 친구들과 농담을 하던 중 갑자기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실제 방화가 일어난 것을 알게 됐다”며 “범인이 불붙은 살충제를 우리쪽으로 발사해 두려운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가 막지 않으면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날 것 같아 그대로 덮쳤다”고 말했다.
열차가 경대병원역에 멈춰서자 놀란 승객 수백여명이 대피하는 바람에 역사는 마비상태에 빠졌고, 이 때문에 지하철 운행이 6분간 중단됐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001년 8월부터 4년여 동안 피해망상과 정신분열증세로 병원치료를 받았으며 10월 이후에만 5차례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횡설수설하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범행동기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일 김씨에 대해 방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김군 등 고교생 3명과 소방관 박씨를 포상하기로 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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