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땅의 모든 가구에 흡혈귀가 산다고 말한다. 벽의 전기 소켓에 두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박고 밤새도록, 하루 종일, 일년 내내 단물, 다시말해 전력을 빨아 들이는 전기기구들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텔리비전을 끄면 텔리비전으로 인한 전력 소비도 중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빅 스크린 TV등 신제품들
대기모드 전력소모 엄청나
케이블 모뎀 계속 켜놓으면
냉장고 절반의 전력 ‘꿀꺽’
연방정부‘전력소비 표준’ 만들어
기준미달 제품엔 등급 안주기로
대부분의 텔리비전과 VCR, 기타 전자 장치들은 대기 태세로 조용히 다시 스위치가 켜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계속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 양이 가구당 일년에 1,000킬로와트에 해당한다니 미국 전체로 보면 TV 와 VCR이 꺼져 있을 때의 전기 요금으로 연간 10억달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만 수십억대의 전기기구로 인한 전력 손실은 가구마다 100와트짜리 전구를 24시간 내내 계속 켜 놓고도 남을 양이라고 연방에너지부 소속 연구기관인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밝히고 있다.
말없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장치로는 셀폰, 아이파드, 전자수첩등 배터리로 가동되는 장치를 위한 충전기, 앤서링 머신 처럼 직류로 작동되는 어댑터를 장착한 온갖 기계등 집안에 수도 없이 많다. 무선전화기 같은 것은 배터리도 쓰고, 직류전기도 사용한다. 전문가들이 ‘벽에 난 사마귀’라 부르는 어댑터들이 벽에서 빨아들인 에너지는 고작 반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낭비된다.
흡혈귀와 사마귀는 빙산의 일각이다.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DSL과 케이블 모뎀을 하루 종일 켜 놓는 집이 늘고 있는데 계속 켜 놓는 컴퓨터도 에너지 효율이 좋은 냉장고의 반 정도의 전력을 없애 버린다.
에너지 소비가 더 적은 컴퓨터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델은 2004년에 ‘수면’ 모드에서 1.4와트, 껐을 때 1와트 미만을 소비하는 모델을 내놓았지만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반짝거리는 최신형에만 정신이 팔려서 껐을 때의 에너지 소비량 같은 것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 전문가들은 업계 전체에 통용되는 표준을 제정해 제조업체들에 대기상태에서 전력 소모가 적은 가전제품을 만들 것을 의무화시키는 편이 더 낫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도 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덕분에 부시 대통령은 일찌기 연방정부가 구매할 전자제품은 대기시 전력소비 표준에 맞아야만 한다고 발표했었다. 연방의회 역시 올 여름에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할 검사절차를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켜 전국적인 전력소비표준을 마련할 길을 텄다. 에너지부는 최근 표준 제정에 관해 토론회를 가졌으며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자체규정을 마련, 2006년부터 시행한다.
꺼놓았을 때도 전력소비가 가장 심한 것이 빅스크린 텔리비전이다. 주로 위성과 케이블 박스 때문인데 꺼놓아도 30와트씩이 소비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실 많은 전자제품이 꺼도 끈 것이 아니다. 세탁기조차 아무 불이 들어와 있지 않을 때도 5와트씩을 꼬박꼬박 사용한다. 그 원흉은 스위치가 아니라 손만 대면 되는 ‘소프트 버튼’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칩이다. 더 나은 제품으로 간주되는 마이크로칩은 스위치처럼 기계적으로 컨트롤 하는 것보다 견고하고 정교하다. 제품의 크기와 무게도 줄여 준다. 그런데 마이크로칩에는 계속해서 전류가 조금이라도 흘러야만 된다. 전문가들은 온 집안을 다니며 눈에 보이는 플러그를 모두 빼버려 번번이 시계를 다시 맞추게 하는 것보다는 제품의 제조방식을 바꿔서 흘려 버리는 전기의 양을 반으로 줄이는 편이 간단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기효율을 개선시키는데는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어떤 것은 개당 50센트만 들이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 사용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대기시 전력사용량을 레이블에 표시하지 않고, 어떤 제품이 대기시 전력소비량이 적은지를 알아 볼 방법도 없으므로 정부가 에너지 효율을 법으로 정해 시행하는 것이 현재로는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소비자 제품에 적용될 대기중 전력소비 기준 제정은 연방에너지부가 책임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전자제품을 비교 구매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레이블을 발행하는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은 연방환경청 소속 기관으로 자발적인 에너지 사용 기준을 정하고 효율성에 따른 등급을 매긴다.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은 최근 앞으로 대기시 전력소비 기준을 지키지 않는 제품에는 등급을 매기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등급은 energystar.gov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소비자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제품으로 인한 전력 손실은 얼마 안되지만 전국 규모로 합해보면 상당량이 된다. 게다가 전자제품 구입이 늘고 있고, 소비자 숫자 자체가 많아졌기 때문에 그 전자장치들이 소비하는 전력 또한 늘고만 있어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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