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필자는 개인적인 문제로 회사 행정직원들과 이야기할 일이 있었다. 꽤나 해결하기 귀찮고 까다로운 일이었으나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자 이 인도네시아 출신 행정직원은 기대 이상의 예외적인 서비스를 베풀었다. 업무를 마친 뒤에는 한국 영화팬이라며 한국 영화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요즘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은 모두 이런 일들을 자주 겪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류 덕분에 기분 좋은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필자와 같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일개 개인에게까지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모르긴 해도 한류 덕분에 우리나라가 누리는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 각국, 나아가서 세계인들에게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은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기분 좋은 일일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희소식임이 분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한류 스타를 통해 보다 큰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이를 통해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가 올라갈 것이니 한국 경제에 이보다 좋은 외부효과도 없을 듯하다. 이러한 한류의 파장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방송문화콘텐츠의 자체의 수출액만 올해 1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니 한국 대중문화는 어느새 한국 경제의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얼마 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한국 영화가 정체 또는 뒷걸음치고 있다”는 의견이 64%로 나타났다. 예고편을 보고 몇몇 대작들과 비슷한 수준을 예상하고 극장에 갔다가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인터뷰들도 즐비하다.
이는 무협과 느와르로 도식화된 단순 스토리를 소수의 인기스타로 포장하여 울궈 먹다가 얼마 못 가서 고사해버린 80년대 홍콩 영화와 정확히 닮은꼴이다. 실력과 소신이 있는 몇몇 제작자와 연기자들이 어렵사리 일궈놓은 한류라는 금자탑에 단기 이익에만 급급한 한심한 제작자와 연예인들이 먹칠을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대중문화의 주요 수입국인 일본과 대만의 방송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 제작자들이 기존에 히트한 드라마의 아류작들과 그저 인기 있는 배우들만 출연시킨 저질 상품들을 만들어 놓고는 ‘made in Korea’라는 이유만으로 몇 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한 한국 연예인들은 톱스타가 아니라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올 때마다 거액을 요구하고 늘 비행기 1등석에 앉아야 한다며 비판했다. 실력 없는 제작자와 연예인들이 외국 바이어들에게 어처구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며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는 점은 철저히 색출되어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한국 대중문화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연기파 배우들 역시 턱없이 높은 출연료를 요구하는 경향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모국의 영화 발전을 위해 평소 출연료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호주 영화에 출연한 니콜 키드먼이나 같은 방식으로 영국 영화에 출연한 휴 그랜트 등등의 사례와 극명히 대조된다. 최근 APEC 회의에서 또다시 불거져 나온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에 대해 영화배우들은 “영화 정책은 경제논리가 아닌 문화적 잣대를 통해 이루어져야하며 한국 영화는 아직 할리웃에 비해 자본력이 약하다”라며 반대한 사실을 상기해 보면 더욱 안타깝다.
필자는 한 가지 충고하고 싶다. 시장은 반드시 반응하기 마련이라고. 한 번의 유행을 틈타 겉만 번지르르한 저질 상품들을 양산하고 회사의 기대를 받고 있는 사원들조차 너무 높은 연봉을 요구하여 인건비가 회사의 자금줄을 옥죈다면 그 회사는 과연 오래 갈 수 있을까?
필자가 아시아계 행정직원들에게 특별대우를 받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무
월드 뱅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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