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제 대국이 된 데는 교육이 힘이 절대적이었다. 고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성인이 1940년보다 25%나 증가했다. 성인의 약 85%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학 졸업자는 이 기간 5배나 늘었다. 성인의 25%가 학사모를 썼다. 현재 미국 노동자의 학력은 세계 으뜸이다. 그러나 여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향후 15년간 미국 노동자들의 학력은 지금까지의 추세를 유지하기 어렵고 오히려 내리막을 걸을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국립공공정책 및 고등교육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가 이렇게 지적했다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전했다.
교육열 높은 베이비부머 은퇴, 교육열 낮은 히스패닉·흑인 증가
2020년께 고졸 미만 소수계 700만명 증가해 3,100만명으로
향후 15년 내 인플레 감안 개인소득 2% 감소해 ‘삶의 질’ 저하
저소득층 학생 재정지원·소수계 많은 학교에 우수교사 확보 시급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교육열이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약한 젊은 흑인, 히스패닉 세대와 교체되기 때문이다. 학력 저하는 생활의 질 저하를 유발한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개인소득은 40% 증가했다. 그러나 2020년께 인플레를 감안한 개인소득이 2%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 수긍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교육열을 참고하면 이러한 지적이 설득력을 지닌다. 미국 학생들의 영어와 수학 성적은 유럽과 아시아의 잘 사는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바닥수준이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중국의 대학생 수가 미국의 대학생 수와 맞먹는다. 인구수와 경제발전 양상을 고려하면 향후 이들 나라의 고급인력 배출이 장족의 발전을 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소위 화이트칼러 일자리가 대거 이들 국가로 이전하게 될 것이란 섬뜩한 전망도 나와 있다.
1980년대 미국인의 노동자는 82%가 백인이었다. 그런데 2020년께 백인노동자는 63%에 그치게 된다. 지난 40년 간 소수계 노동자가 37%로 배로 증가했다. 특히 히스패닉은 3배나 급증해 17%를 차지했다. 이들 소수계는 교육열이 약하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2020년께 고졸 학력이 없는 소수계(26~64세)가 지금보다 700만명 증가해 총 3,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실시된 표준학력평가 결과에 따르면 8학년 가운데 영어시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학생은 백인의 경우 39%인 반면, 흑인은 12%, 히스패닉 15%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는 학력증진 프로그램이 아직 충분히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증거다.
부시 대통령의 텃밭인 텍사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히스패닉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평균치가 자꾸 내려가기 때문이다. 고교졸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전국 최하위다.
학력증진을 추진하는 대통령의 고향의 실태가 이 모양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텍사스 공립학교의 학생 가운데 소수계가 2000년 57%에서 2040년에는 80%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학력을 점검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중퇴율이다. 2002년 미국 고교생 가운데 4년 만에 졸업한 학생이 68%다. 1980년대 초에는 75%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퇴자들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고급인력 양성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설령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어려움이 가로놓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저소득 층 자녀가 24세까지 대학졸업장을 따는 것은 10%에 불과하지만 상류층 자녀의 경우 81%에 달한다. 대학들이 소득에 근거해 학자금을 지급하던 종전의 방식에서 성적순으로 방향을 많이 바꾸면서 생긴 현상이다. 저소득 소수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의 결과물이다.
저소득 소수계의 학력증진을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수한 교사를 저소득층 학생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주정부들은 학생들이 중퇴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 고교생의 3분의 1만이 대학수학 능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는 대학에서 보충수업을 받아야 할 정도다. 대학 졸업이 늦어지는 주요한 이유다.
그리고 학생들이 재정적인 문제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하지 않도록 저소득 층 학생들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미국 학력 저하는 지구온난화와 비슷하다. 하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간과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생활의 질도 함께 추락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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