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안 아플만큼 예쁜 내 딸들이지만 특별하게 키운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애들입니다. 아프지 않고 예쁘게 자라준 것만도 고맙울 따름입니다”.
캘리포니아 산페드로에 거주하는 김창겸(63), 최향원(60)씨 부부는 딸 세 명을 검사로 키웠지만 자식들이 그저 평범해 내세울 게 없다고 겸손해 한다. 현재 브루클린 검찰청에서 검사로 재직 중인 제인 김(32), 다나 김(30)씨, 지난달 퀸즈 검찰청에서 검사로 임명받은 하나 김(25)씨 등이 김씨 부부의 딸들이다. 셋째 딸인 네리 김(28)씨도 US샌디에고 대학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주에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일하
고 있는 재원이다.
어머니 최향원씨는 한 집안에서 검사가 한명이 나오기도 힘든 데 딸 셋을 어떻게 검사로 키웠냐는 질문에 “20년간 남편과 가게를 운영하느라 딸들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했다”며 “특별하게 키운 것도 없는데 잘 자라줘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말한다. 김씨 부부는 처음 이민와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도 바빠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 나들이도 한번 해보지 못했다. 학부모회의나 자녀들의 학교 활동과 관련된 모임 역시 한 번도 참여하지 못
해 지금도 가슴아프다고 한다.이어 “LA에서 가게를 하느라 애들 학교가 끝나도 픽업하기 힘들었고 학원이나 과외 등은 시켜본 적도 없다”며 “부모가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딸들이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딸들이 하나같이 독립심이 강해 로스쿨에 가라고 권한 적도 없는데 모두 스스로 로스쿨에 진학해 검사의 길을 걸었고 검사가 된 후에야 전화로 ‘검사직’에 뽑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우리보다 자식들 쉽게 기른 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들은 네 딸 모두 자라며 문제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어 ‘야단치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른다고 한다. 딸들이 중, 고교에 입학했을 당시 한참 한류 열풍도 불기 시작하고 ‘틴 팝(Teen Pop)’ 문화가 유행했었는데 이에 민감하지도 않는 유순한 학생들이었다. 또 항상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고만 권유했지 학벌이나 돈을 강조하지도 않아 주위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 자랐다.
큰 딸인 제인은 뉴욕대를 졸업한 후 페이스 법대에 진학했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어 어린 딸에게 비행기 표만 집어주고 학교까지 가주지 못한 게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린단다.
둘째인 다나와 막내 하나도 큰 언니 제인을 보고 검사가 되겠다고 결정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 결국 세 딸이 모두 로스쿨을 졸업한 뒤 검사에 뽑혀서야 검사가 된 걸 알았다. 이렇게 딸들이 모두 독립심이 강하고 입이 무겁다고 한다.제인, 다나, 하나 모두 로스쿨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시간을 내 파트타임 일을 하며 용돈을 벌어 생활비를 자신이 감당할 정도로 착하다. 방학 동안 LA로 와 쉬었다 가기 보다는 뉴욕에서 법과 관련된 임시직을 얻어 경험도 쌓고 학기 중 사용할 생활비를 번 것이다. 또 변호사가 돼 큰돈을 버는 것보다 자신의 적성을 살려 검사가 돼 약한 자를 돕는 것도 자랑스럽단다.
제인은 장녀라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다. 현재 근무하는 브루클린 검찰청에서도 책임감이 강해 맡은 일을 정확히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사에 꾸준히 하는 성격이라 대학도 3년 반 만에 졸업했다. 또 가장 큰 장점은 동생들을 잘 챙기고 부모에게는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하는 지극한 효성이 있다.가족이 둘러 앉아 만두를 빚을 때에도 다른 세 딸이 5개를 빚는 동안 12개 정도를 빚는 데 모양도 가장 예쁘고 깔끔하게 만든다고 한다.
둘째딸 다나는 머리가 우수해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했으며 매사에 낙천적인 성격이 장점이다.
셋째딸 네리는 ‘천생 여자’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착하고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고 한다. 집에서 김치까지 담그고 가족 모임의 저녁을 담당할 정도다. 셋째 딸은 보지도 않고 데리고 간다는 말이 딱 들어맞게 밝은 성격에 얌전하다.막내 하나는 집중력이 뛰어나고 주위에 상관치 않고 작정한 바를 밀고나가는 추진력이 자랑거리다. 또 보통집 막내와는 다르게 어리광보다는 독립심이 강하다.스스로 검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로스쿨에 진학, 퀸즈 검찰청에 지난달 검사로 뽑혀서야 소식을 알려왔다.
김씨 부부는 “누구에게 자식을 이렇게 키우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며 “그저 사랑으로 키우고 화목하고 네 딸을 믿은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녀에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거나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자녀들이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고 부모가 따라 변해야 바로 큰다고 강조한다. 자녀들의 개성을 그대로 살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은 딸 세 명이 검사가 된 것도 무척 기쁘지만 세 명이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같은 분야에 종사하며 서로 의지하고 살 수 있게 돼 더 기쁘다.
앞으로 검사직에 충실하고 나아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학생 때는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돕기가 어려운 데 검사라는 직업이 있으면 한인 커뮤니티에서 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머니 최씨는 아직까지는 딸들이 성장해 자신의 직업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견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조언을 준 적이 없는 데 지금은 딸들이 검사일을 열심히 하다 판사가 됐으면 하는 첫 바람이 생겼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또 너무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좋은 한국 남자를 만나 가족을 가졌으면 아쉬운 게 없겠다고 덧붙인다. <김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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