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빨강 아닌 파랑, 파랑, 파랑…”
최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키워드는 암시. 이 암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인간두뇌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정보처리 과정에서 암시가 두뇌의 작용에 커다란 변화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시는 사람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사실로 믿는 것들을 바꿔놓기도 한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외부에서 ‘암시’ 주입 두뇌의 작용에 영향, 변별력 변화 유도
최면 잘 걸리는 사람은 관습적 정보체계 약해 외부조작 가능
‘RED’ 단어에 파란색 칠한 뒤 색깔 구분하라는 질문에
정답 ‘파란 색’과 단어 뜻 ‘빨간 색’ 사이에서 혼동
최면 잘 안 걸리는 사람들이 고정관념 때문에 더 헷갈려
이와관련한 두뇌 공상실험을 했다. 실험대상이 된 사람들은 실제 아무 색도 없는데 마치 색이 있는 것처럼 보았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간단명료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잃었다. 다른 사람들은 쉬운 영어단어를 보고는 횡설수설했다. 인지능력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인식이 무언가 기대하는 것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최면이 효과적인 연구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최면은 1950년이래 통증치료에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근심, 우울증, 정신질환, 식욕부진 등 치료에도 효험을 냈다.
그러나 최면상태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저 최면술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인지, 한번 걸리면 주변을 완전히 망각하는 극도의 집중상태를 말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최면은 18세기 독일의사인 프란츠 메스너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썼다. 후에 그의 의술이 엉터리로 밝혀졌지만 아무튼 처음 최면이라는 이름을 환자치료에 거론했다.
마술사들이나 무당 등이 최면을 사용해 관중들을 웃기고 혼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 최면을 다루는 것은 결코 코믹한 일이 아니다. 19세기 인도의 한 의사가 마취제 대신 최면을 사용했다. 팔 다리 절단수술에도 최면을 이용했다. 마취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종종 사용됐다.
오리건대 신경학과 마이클 포스너 교수팀의 ‘최면 연구’는 두뇌와 암시의 상호작용에 대한 궁금증을 상당부분 해소했다. 두뇌의 감각자료 처리과정에 대한 연구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눈, 귀, 몸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두뇌의 초기 감각기관으로 접수된다. 그리고 이 정보는 해석기능을 하는 부분으로 전달된다. 이것이 개괄적인 감각자료 처리과정이다.
꽃을 보고 그 형상과 색을 확연히 구별하는 과정도 이러하다. 소리를 들어 그 높낮이와 크기를 파악하는 것도 마찬가지 경로를 통한다. 신경세포들이 이러한 감각자료 처리를 맡는다. 이는 아래서 위로의 전달(from bottom to top)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위에서 아래로 전달(from top to bottom)하는 신경섬유는 10배나 많다.
외부로부터의 정보 입력과정보다 이를 해석하고 판별한 뒤 이를 밖으로 나타내는 전달체계가 훨씬 풍부한 셈이다.아래로부터의 전달체계는 주로 전통적이고 경험적인 체계이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전달체계는 훨씬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설탕으로 만든 가짜 약을 먹어도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그 일례다. 대화치료법, 명상기법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최면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위로부터의 전달체계다. 암시로 현실을 극복하는 강력한 전달체계를 만드는 게 최면이다. 지난 10년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10~15%가 아주 쉽게 최면에 걸린다. 반면 12세 이하 어린이들은 이 비율이 80~85%나 된다. 성인은 5명 중 1명꼴로 최면에 저항한다.
아미르 라즈는 컬럼비아대 신경학 교수다. 그는 원래 마술사였다. 그런데 최면에 매료돼 이 분야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교수가 됐다. 그는 정신집중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최면에 잘 걸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다.
최면을 걸었다. BLUE, RED, YELLOW, GREEN이란 단어를 대상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각 단어의 색은 단어의 뜻과 달리했다. 예를 들어, BLUE는 노란색으로, RED는 파란색으로 했다. 그리고 단어가 나타나면 색을 알아내 버튼을 누르게 돼 있다.
이 실험에서 최면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상당히 빠르게 맞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최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BLUE란 단어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BLUE가 파란색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 두뇌에서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두뇌에 우리가 저장하고 있는 관습적인 정보 때문이다. 최면에 잘 걸리는 사람은 관습정보가 없는 것처럼 두뇌가 작용했기 때문에 쉽게 맞춘 것이다.
최면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또는 최면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지능력이나 인지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또는 조작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로부터의 전달체계에 대한 연구가 학자들의 흥미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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