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기ㆍ상황대처등 강도 높은 훈련
▶ 본보 기자 시카고 폴리스아카데미 탐방 취재
하얀 눈이 소복이 세상을 덮은 고요한 새벽 6시, 시카고 다운타운 잭슨길에 위치한 시카고 폴리스 아카데미의 내부에는 때아닌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니 복도를 까맣게 메운 뭔가가 스물스물 기어가는 것이 보인다. 움직여, 여기서 포기하면 안돼. 자세히 바라보니 사람이다. 남색 운동복에 가슴팍에는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이 바닥을 기고 있다. 바로 폴리스 아카데미 2005년도 후보생들이다. 새벽도 추위도 잊은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
본보는 지난 1일 시카고 경찰국이 언론에 전격 공개한 폴리스 아카데미 교육현장을 다녀왔다. 내년 2월 있을 신입 경찰 모집에 앞서 새내기 경찰관들이 트레이닝을 받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로 ABC, FOX뉴스를 비롯한 시카고 지역 다수의 언론사들도 이날 같이 취재했다.
아카데미의 아침을 알리는 시작은 방금 목격한 후보생들의 트레이닝이다. 행여 손바닥끝, 배, 무릎을 제외한 신체의 다른 부분이 바닥에 닿으면 바로 트레이너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진다. 건장한 체격의 아프리칸 아메리칸계 후보생도 진땀을 흘리며 겨우 기어간다. 선두를 지키는 그 옆을 키는 작아도 다부진 몸매에 입을 꽉 다문 모습이 인상적인 아시안 여성 야우씨가 3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셋을 제외한 40여명은 1미터나 뒤쳐져 있다. 도착점을 지난 야우씨는 벌떡 일어나 지친 동료들에게 결코 포기해선 안돼라며 응원한다. 동료가 경쟁심보다 우선이다. 그 덕분일까? 이어진 야외 달리기, 킥복싱 등의 훈련에서 오늘도 단 한명의 낙오자도 나오지 않았다. 아침 트레이닝을 모두 마친 시각은 오전 8시. 후보생들에겐 이제 겨우 하루의 시작일뿐이다. 남자고 여자고 10분 안에 샤워를 마치고 빳빳하게 다려놓은 연두색 후보생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교실로 모여야 한다. 폴리스 아카데미 건물 안에서 후보생들은 복도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목청높여 ‘굿모닝 Sir(또는 Mam)’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렇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경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새벽공기를 가로지르며 오늘도 달리는 이들에게 인사는 기본이다.
이날 트레이닝의 가장 큰 볼거리는 오전 9시부터 아카데미 건너편에 위치한 세트장에서 벌어지는 상황극 훈련이었다. 오늘의 범죄 상황은 후보생들이 훔친 차를 타고 달아난 범죄자를 주변인들의 증언에 근거해 찾아내는 것. 생도들은 2인 1조를 이뤄 세트장 지하부터 옥상, 뒷마당, 주차장, 주변 술집(역시 세트장)까지 돌며 범인을 수색한다. 거짓 증언과 진실된 증언을 가려내야 하고, 주변 상황을 모두 관찰해 내야 하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차에 앉아 있는 범죄자를 불러내 되돌려 세우고 수갑을 채우는 앳된 얼굴의 한 후보생의 모습이 영 어색하다. 눈까지 내린 추운 날씨에 귓볼마저 빨개진 이들은 트레이너에게 지적을 받을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한다.
점퍼를 벗기고 수갑을 채워야지. 그런식으로 주머니를 뒤지면 어떻하나. 더 깊숙히 손을 넣어야 물건이 잡히지. 지난 10년간 상황극 훈련을 맡아왔다는 한 경관은 매달 범죄 상황이 바뀐다. 술집에서 싸움이 벌어진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를 인질로 잡고 있을 경우, 가정폭력 신고를 받아 출동했을 경우 등 25가지 상황을 돌아가며 훈련하게 된다고 밝혔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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