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과 17일 워싱턴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개최된 한 시상식에는 참석한 열 명의 수상자 중 한 명의 유일한 한인이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롱아일랜드 주립대학에서 수학과 특별공로 교수로 있는 이종필(68. 롱아일랜드 사요셋 거주) 박사다. 이 행사는 미 전역에서 과학, 수학, 공학, 교육분야 발전에 헌신적으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로 선정된 사람들이 부시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는 영예로운 자리였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이 한국인임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말한다.
이 교수가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그가 미국에 이민 와 받은 혜택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배운 학식으로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루어진 결실이다. 그는 미국사회 수학분야가 위기임을 알고 자신이 혜택을 입은 나라에 무언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지난 30년간 줄기차게 이 나라 수학분야 발전에 혼신을 다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이런 명예로운 상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날 이 교수는 눈앞에 자신이 어렵게 걸어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너무도 감격스러워 눈시울을 붉혔다.
어린 시절,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돈이 없어 시골에 있는 대학을 다녔다. 그런데도 미국의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유학까지 와 박사가 되고 또 교수가 되었다. 게다가 아이들도 모두 미국에서 교육을 잘 받고 다들 잘 자라 이 교수는 더할 수없이 다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또 이번에 대통령상까지 받는 영광을 안게 돼 그 기쁨은 너무나 크다는 것. 이런 모든 것을 생각하면 미국이 그에게는 정말 은인이라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전주 사범학교를 졸업 후 18세 때 국민학교 교사로 1년 재직하다 다시 고교 교사가 되기 위해 전북대학 문리대 수학과를 입학했다. 그리고 미국 오하이오주 모링그린 주립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끝내고 캐나다 국립장학금으로 알버타 유니버시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이어 뱅쿠버 브릿치 대학에서 1년간 연구원으로 있다가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조교수 생활을 2년 하고 나서 73년도에 올드 웨스트버리에 있는 롱아일랜드 주립대학에 부교수로 오게 됐다.
한마디로 그는 미국에 43년간 살면서 공부를 끝내고 71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고 10년간은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86년도부터는 수학분야의 교육 발전을 위해 활동해온 것이 전부다. 다시 말해 그의 삶은 수학으로 이루어진 외길 인생이요, 수학 하나로 성공한 이민 1세인 셈이다. 이번 상은 바로 이런 그의 끊임없는 집념과 끈기, 그리고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 학생들과 나라를 사랑하는 희생적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이 교수는 32년간 수학교수로 재직해오면서 81년부터 90년까지 10년 동안은 학과 주임 교수로, 90년에는 정교수, 91년도부터는 특별공로교수가 되어 지금까지 계속 수학분야의 연구 발전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이 교수가 미국의 수학 교육발전에 뛰어든 것은 지난 85년도. 미국의 전 언론과 TV방송이 국제경시대회에서 미국학생들이 하위권이라고 아우성치면서 ‘뭔가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드높은 것이 계기였다. 이 소리가 당시 이 교수에게도 크고, 그리고 분명하게 들렸던 것이다.
그 때 이 교수는 이를 위해 하는 것이 자신이 ‘미국에서 받은 은혜를 갚는 가장 좋은 방법과 기회겠구나’ 생각했다. 그 당시는 이교수가 과 주임을 할 때였다. 이 교수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뉴욕근방의 여러 수학교사연합회 회장들을 그의 사무실로 초대했다. 이 교수는 이들에게 ‘미국수학의 현 상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묻고 나라를 위해 무언가 개시하자며 그들에게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는 실천적 행동사항으로 교사의 질 향상을 위한 교사연수회 설립을 독려했다. 그 것이 시초가 돼 지난 20년간 500명의 교사를 양성하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이를 위해 받은 연방정부 기금도 처음에는 4만 5000달러였는데 20년이 지속돼 오는 동안 200만 달러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시 수학교사 연합회 회장들에게 범위를 더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롱아일랜드 연례 수학교사 컨퍼런스다. 그는 이 행사를 통해 많은 참석자들에게 수학교육의 위기를 인식시켰다. 이 것이 이제는 뉴욕 시에서만 참석하는 수학교사만도 3분의 1이 될 정도로 당일 지역 단위 수학교사연합회 컨퍼런스로는 제일 클 만큼 규모가 커졌다. 처음에는 모두 ‘사람이 모일까’ 실패를 우려하며 회의감을 보였는데 이제는 매년 500명 이상의 교사가 몰릴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모두 그를 ‘미러클 가이(miricle guy)라고 불렀다는 것.
지난 19년 동안 이 행사의 참석자는 총 1만 명이 넘는다. 그는 또 수학을 잘하는 여고생 영재학생들을 키우기 위해 2년간 특별교육으로 100명에게 장학금을 주었으며 또 기금을 연방정부에 신청, 남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을 실시해 창조적인 수학문제 해결교육을 14년이나 가르쳤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그 동안 1050명이나 되는 학생이 혜택을 받았다.
또한 흑인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소수민족 장학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15년 동안 1000달러씩 49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이를 받고 졸업한 학생들 중에는 사회에 나가 훌륭하게 된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이 교수는 대학 내에 수학교육 지도 상담실을 두고 개인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내 캠퍼스에 AP교사양성소를 8년 동안 두는 등 수학발전을 위한 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수학의 위기와 관련, 이 교수는 일반 노동력이 수학을 알아야 한다. 현재 미국직장의 70% 이상이 수학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것은 선생이 가르쳐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노동력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인의 수학교육을 위한 수학교사들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미국이 지금은 세계에서 최강국이라고 하지만 과학기술면에서 지도자 위치가 매년 배출되는 각 나라의 지도자 수를 보면 상당히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그 지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뇌들이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영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미국 과학재단 디렉터, 미국 대통령 행정실의 과학 기슬 정책실장 등이 배석한 이번 시상식 연설에서도 큰 소리로 책상을 치며 내가 미국을 위해서 제안한다.
과학기술 면에서 미국이 계속 강국이 되려면 미국의 두뇌들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영재교육의 체계적인 교육확장과 나라차원의 예산 확장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 86년부터 8년간 롱아일랜드 한국학교(현, 롱아일랜드 연합한국학교)의 교장으로도 활동, 2세들에게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주는데도 열심이었다. 이 교수에게는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는 내조자 이 명혜(60)씨와의 사이에 스탠포드대학에서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하바드에서 MBA를 한 큰 딸 미경(32. 매릴린치 영국 지사 부사장)씨와 노스웨스턴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마운사이나 병원에서 방사선과 펠로우 쉽으로 일하는 작은 딸 미선(30)씨가 있
다. 이 교수에 대해 그의 아내는 남편이 때때로 학생들에게 책도 사주고 차비도 대주고 하는 사랑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는 언제나 일을 할 때 보면 하도 열심히 해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다.
이 교수의 꿈은 살아있는 동안 최대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이 나라에서 받은 은혜 최대한 다 갚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충실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뜻과 소신은 미국 수학교육의 위기 해소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사회에 꼭 있어야 될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의 삶의 자세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든 한인에게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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