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운타운 한인 의류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중국산 섬유 및 의류에 대한 미 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장 팔 물건이 없어 판매에 차질을 빚었고, 8월에는 주정부가 실시한 노동법 위반 업체 단속으로 일부 업체는 아예 문을 닫기까지 했다. 그래서 할러데이 샤핑시즌을 맞아 막바지 장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다운타운 의류업계 종사자들에게 올 연말은 더욱 뜻깊은 시기인 것 같다.
취재를 목적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올 한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내년에는 제발 경기도 그렇고 업무환경도 그렇고 좀 더 먹고 살만 하도록 개선됐으며 좋겠다”고 입을 모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올해 두 차례 큰 고비를 넘긴 다운타운 한인 업체들의 매출은 예년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 한 업주는 “적자를 면한 것만도 다행”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 업주를 비롯해 대부분의 업주들은 직원들에게 연말 보너스를 주고 휴무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년간 노력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사하는 일이 업주로서 당연한 의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득 지난 8월 다운타운 의류 및 봉제업계를 대상으로 노동법 단속에 나섰던 한 타인종 단속원의 말이 떠오른다.
한인이 업주로 있는 공장 주차장에 세워진 럭서리 차량을 가리키며 “최신형 벤츠를 타면서 한편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한인 업주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자신만 배불리면서 종업원들의 복지는 안중에도 없는 일부 한인 업주들의 비뚤어진 태도를 꼬집는 말이었다. 당시 단속원의 말을 들으며 같은 한인으로서 낯이 붉어질 정도로 창피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12월 연말을 맞아 힘든 한해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풍성하지는 못하지만 연말 보너스와 휴무를 제공함으로써 밝은 새해를 더불어 맞이하겠다는 업주들을 만나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말 보너스가 있어서 훈훈한 연말. 내년에는 다운타운 의류업계에서 더욱 두둑한 보너스가 지급된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진호
<경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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