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정치 이슈로 불똥튄다
흑인 단체-언론들 사형 중지 강력 촉구
살인범 투키 윌리엄스 사면운동이 사형 찬반 논쟁에서 인종 및 정치인의 입지를 위협하는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강력한 흑인 압력단체인 전국유색인종연합(NAACP)가 아놀드 슈워제네거 가주지사에게 투키 윌리엄스의 사형 집행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LA시청 앞 잔디밭에 밀집한 200여명의 단체 관계자 및 흑인사회 지도자들은 “투키는 흑인 청소년들이 갱단에 휩쓸려 인생을 망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우리의 비밀병기”라며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투키의 생명이 보장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흑인사회 여론을 선도하는 지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흑인 언론들도 사형 집행을 요구하며 이번 사안을 인종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센티넬, 웨이브 등 흑인 신문들은 사설, 기사, 기고를 통해 사형된 범죄자들 대부분이 흑인인 사실을 부각시키며 미국 사법제도가 흑인 인종에 편견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투키 사형 집행 중단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흑인사회의 여론은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의 초점을 사형폐지 찬반 논란에서 인종 이슈로 바꿔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흑인 사회의 요구는 주요 정치인들의 입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사면 여부를 두고 저울질 중인 공화당 출신의 슈워제네거 지사가 2주전 유명 흑인 연예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투키 구출하기 위원회’의 구명 압력에 이어 다시 가해지고 있는 흑인사회의 요구를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내년 재선고지에 도전하는 슈워제네거는 흑인사회 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흑인사회의 몰표로 당선된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 또한 애매모한 입장에 있다. 자신의 지지기반이 흑인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에는 반대하지만 구명 결정은 주지사의 몫”이라며 발을 뺏다.
오는 13일 사형될 예정인 윌리엄스는 지난 1979년 백인계 남성과 중국계 일가족 3명 등 총 4명을 샷건으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살인범이다. LA 흑인 갱단 양대 산맥을 이루는 ‘크립스’ 창시자로 알려진 윌리엄스는 복역 생활 중 개과천선, 집필 활동을 통한 청소년 교화운동에 크게 기여했다. 노벨 평화상 및 노벨 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추천되기도 했던 윌리엄스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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